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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고환율 반사이익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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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기아, 가격 경쟁력 상승으로 고환율 반사이익 ‘톡톡’

수출 비중 높은 기업들에 호재
환율 상승 연말까지 이어지면
수입대금 부담 증가 경영 위협
원가부담 판매가격에 반영한
정유‧화학 업계는 선방 예상
리스로 달러로 지급하는
항공‧해운업계 초비상 상황

소미연 김정희 기자

기사입력 : 2022-08-31 18:19

자동차 수출액 50억달러를 돌파한 지난 17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자동차 수출액 50억달러를 돌파한 지난 17일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야적장에 차량들이 출고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에 따라 국내 산업계는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통상 환율 상승이 수출 가격 경쟁력 상승→기업 수출 증가→수출 금융 지원·해외 판로 발굴→기업 수출 경쟁력 강화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수출 비중이 높은 기업들에겐 호재로 해석됐다. 각 업종은 상반기까지 일단 수출 가격 상승과 매출 확대 거둬들인 수익으로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분을 메워 나갔다. 그러나 환율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면 수입 대금 부담이 증가해 최악의 겨우 경영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30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원‧달러 환율 상승 덕을 톡톡히 본 업종은 자동차다. 특히 완성차업계 가운데 수출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대표적 수혜 기업으로 꼽혔다.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2분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얻은 환차익은 각각 951억원, 2103억원이었다. 원‧달러 평균 환율이 1100원대였던 지난해 같은 기간에 기록한 현대차 320억원, 기아 769억원 손실에 비하면 실적 개선에 큰 기여를 했다. 상반기(1~6월) 기준으로도 올해 현대차는 1429억원, 기아 2733억원으로 작년 501억원, 477억원에 비해 각각 약 3배, 약 6배 늘었다. 양사 모두 전기차 판매 증가와 고급 차종 비중 상승에 따른 평균 수출가격 상승으로 환차익 규모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대해 양사 관계자는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판매 믹스 개선과 인센티브 축소에 더해 우호적인 환율로 인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은 하반기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환율 상승세에 수출 가격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수출과 고부가 가치 차량 판매도 함께 증가하면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다만, 하반기 시작과 함께 환율 상승 곡선이 가팔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자동차 업계도 안심할 수 없다. 당장 부분품을 생산해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는 협력사들은 당장 원재료 구매대금을 달러로 결재하기가 버거운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협력사들이 자금 고갈로 부품 생산을 중단할 경우 완성차 업체의 생산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 1차 협력사들이 2차, 3차 협력사들에게 자금 지원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숨통을 트여준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완성차 업체가 공급가격을 인상하지 않으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표] 현대차.기아 2022년 2분기 실적이미지 확대보기
[표] 현대차.기아 2022년 2분기 실적


정유·화학업계는 100% 원유를 수입하고 있는데, 최근 국제유가가 전 세계 인플레이션 확대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환율 상승 부담을 덜어준 것이 다행스럽다.

석유화학업계의 경우 제품 생산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를 달러로 수입하는 만큼 환율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커지지만, 생산 제품의 상당 부분을 수출해 상쇄 효과를 나타낼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즉, 고환율보다는 국내외 경기침체에 따른 제품 수요 감소가 직격탄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장부 상에서는 마이너스 요인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계는 원유 구매 시 유전스(Usance·기한부 어음)라는 채권을 발행한다. 은행이 원유 수입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대신 정유사가 일정기간 이후 이자를 얹어 은행에 갚는 방식을 취한다. 산유국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유공정을 거쳐 제품을 출시하기까지 필요한 두 달여 동안 시간을 벌 수 있지만 결제 시점에 원‧달러 환율로 대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에서 환율 변동에 민감하다. 이러한 결제액은 재무재표상에서는 부채로 인식되므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제품가에 원가가 일부 반영되는 만큼 환율이 오르면 매출액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 모두 수출과 내수 비중이 약 50대 50으로 다른 국가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편이다.

다만 정유사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도 하반기 이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실적 둔화는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정제마진은 최종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을 뺀 금액으로, 정유사의 수익을 결정짓는 핵심 지표다.

화학업계도 환율 상승은 원자재 수입 가격을 높여 부정적이지만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영업이익 증가 가능성이 기대된다. 변수는 한국의 수출 경쟁국들의 통화가치도 동반 하락했기 때문에 기대만큼 환율 특수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화학업체들은 국내 수출을 늘리기보다 해외 현지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생산한 제품을 통해 수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제조업의 경우 환율 상승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가져다 주고 있으나 항공과 해운 업계는 위험 요소가 불거져 초비상 상황이다. 두 업종 모두 유류비와 항공기 또는 선박 리스료를 달러로 지급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지출 부담도 그만큼 커질 수 밖에 없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외화부채는 환율이 10원 오를 때 각각 410억원, 284억원가량의 외화평가손실이 발생한다. 저비용항공사(LCC)의 상황은 더 나쁘다. 외화 매출을 내는 화물 사업 호조로 실적을 방어한 대형항공사보다 고환율을 영향을 더욱 크게 받는다.

HMM 등 해운업체들은 운임과 비용 모두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화물운임이 급등하면서 큰 폭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다만, 유류비 인상에 따른 비용 지출이 증가하면서 2분기 이후 실적이 둔화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소미연 김정희 글로벌모터즈 기자 jh1320@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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