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생전 자신이 직접 디자인에 참여했다는 여왕의 영구차에도 관심이 쏠렸다.
여왕은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서거한 후 영국 왕실의 율법에 따라 지난 13일 런던으로 옮겨졌다. 이때 운구에 이용된 영구차는 여왕의 마지막을 장식할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와 영국을 대표하는 차 브랜드 재규어 랜드로버에서 특수 제작된 운구차가 준비됐다. 특히, 후자는 그의 어머니의 장례 때와 마찬가지로 재규어 브랜드 최상위 모델 XJ를 기반으로 한 것.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전에 차량 설계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눈길을 끌기도 했다.
서거 셋째 날인 11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스코틀랜드 의회가 있는 에딘버러 홀리루드 궁으로 이동할 때 함께한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 운구차는 여왕의 관이 잘 보이도록 높은 루프라인에 넓은 글라스를 적용했다.
독일의 코치빌더인 빈즈(Binz)사가 제작한 것으로 주로 리무진이나 앰뷸런스, 그리고 영구차로 주로 이용되던 H4 모델을 왕실 장례에 걸맞게 색상 변경, 구조 등을 개조했다.
차체는 총 길이는 6m가 넘는다. 확장된 차체 뒷부분으로 2열 좌석까지 확보했고 74cm 높이의 윈도우로 2.7m 길이의 관이 잘 보이도록 했다.
보통은 2009년에서 2016년식 W212 모델을 기반으로 하는데, 여왕 장례에 이용된 차는 2016년 이후 나온 W213 모델을 베이스로 한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가 빈즈에 차량을 제공하며 가능한 오리지널 모델에 가까운 모습을 유지하도록 했다고 한다.
더욱 관심이 쏠리는 쪽은 군 수송기로 런던에 도착한 후 여왕의 관을 옮겼던 재규어 XJ를 기반 영구차다. 정확히는 지난 2019년 단종된 ‘X351’ 모델이다.
여왕은 생전에 자동차를 좋아했던 애호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까지 손수 애마를 운전했다고 할 정도다.
여왕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여성보조지방의원군(Women’s Auxiliary Territorial Service)‘으로 참전해 구급차를 직접 몰기도 했고 고장이 나면 직접 수리도 했다는 후문도 있다.
해당 모델은 윌콕스 리무진이라는 코치빌더가 제작을 맡았다. 그의 주문에 따라 외관에 영국 왕실의 공식 색상인 ‘로열 클레어’를 적용했으며 관이 잘 보일 수 있는 넓은 윈도우, 밤에도 잘 보일 수 있도록 두꺼운 필러에 조명 등을 적용해 왕권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보닛 앞쪽에는 영국의 수호 성인 성(聖) 조지의 슬레잉 드레곤 조각상이 붙어있다. 이는 여왕의 생전 주로 이용하던 전용 의전차 벤틀리 모델에 사용된 것과도 같다.
여왕의 벤틀리는 왕실의 공식 인증 의전차로 세대를 변경하며 오랫동안 사용해왔다. 경호원들의 걷는 속도를 맞춘 6.4km 정속 주행 크루즈 컨트롤을 비롯해 모자를 즐겨 쓰는 여왕을 위해 높인 차고, 승하차가 편리하도록 만든 90도 개폐되는 코치 도어 등이 특징이다.
이번 운구차로 이용된 재규어 XJ는 브랜드 라인업에서 가장 최상위에 있는 플래그십 모델이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와 BMW 7시리즈 등과 함께 쇼퍼드리븐을 추구하는 최고급 비즈니스 세단으로 통용된다. 영국 총리의 공식 의전차이기도 하다. 한때 6세대 모델을 재규어랜드로버는 전동화 버전으로 이어갈 계획이었으나 경쟁력 부족 문제로 무산된 바 있다.
한편, 엘리자베스 여왕처럼, 필립 공도 그의 관을 운구할 차의 디자인을 도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열렬한 스포츠맨이자 랜드로버의 팬이었던 필립 공은 확실히 조금 덜 인습적인 차를 선택했다. 그의 관을 실은 차는 맞춤제작 된 랜드로버 디펜더 130 건버스(Gun Bus, 군용 차량)였다.
랜드로버 디펜더 운구차는 그의 유언에 따라 외관은 짙은 그린색상으로 칠했으며 관을 실은 트럭 베드는 오픈탑에 덮개를 두어 그 위에 그립 스탑을 적용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 차량은 2003년 영국의 랜드로버 공장에서 제작됐으며 디자인, 엔지니어링 분야에 관심이 많던 필립 공에 의해 2019 수정 작업을 마무리됐다고 한다. 필립 공은 이듬해 99세의 나이로 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