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이 터키 앙카라 지역에 세워지는 배터리 합작공장을 통해 공략 시장을 확대한다. 북미,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전기자동차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과 최근 배터리 업계에서 신시장으로 불리는 상용차(버스.트럭) 분야로 영역을 넓혔다. 양산 시점은 3년 뒤가 목표다. 오는 2025년부터 헝가리 공장과 함께 유럽 생산량을 최대 92.6GWh까지 늘린다는 게 SK온의 계획이다.
진행 상황은 순조롭다. SK온 측은 6일 현지 언론에서 보도한 40억달러(약 5조6000억원) 투자 결정에 "확정된 게 아니다"며 선을 그으면서도 공장 설립 추진을 위한 논의가 계속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다. 앞서 현지 언론은 이원익 주터키대사의 발언을 인용해 SK온의 투자 금액을 명시했으나, SK온은 "논의 중인 사안으로 확인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을 글로벌이코노믹에 전했다.
현재 논의 중인 만큼 투자 규모는 유동적이다. 연간 생산능력이 최종 확정되면 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 SK온에서 예상하는 생산능력은 30~45GWh이나, 현지 사정과 대내외 변수 등을 고려해 변동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SK온의 파트너사(社)인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가 유럽 전기차 시장 공략에 적극적인 입장을 밝혀왔다는 점에서 생산능력 및 투자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SK온의 터키 공장은 포드, 코치와 함께 추진하는 합작공장이다. 공동 투자를 결정한 코치는 포춘 글로벌 500에 유일하게 이름을 올린 터키의 대표 기업으로, '포드 오토산'을 통해 연간 45만대 이상의 상용차를 생산하고 있다. 세 회사는 지난 3월14일 배터리 생산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투자 방식 등 후속 논의를 이어왔다.
공장에서 생산될 배터리의 종류와 납품처는 사실상 합의를 이뤘다.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90% 이상 끌어올린 삼원계(NCM) 기반의 하이니켈 배터리가 생산되며, 주로 포드 상용차에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는 2015~2021년까지 7년 연속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상용차 브랜드로 선정됐다. 확고한 기반에 유럽연합(EU)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예고로 유럽 상용차 시장 내 전기차 바람이 불 것이란 전망이 더해졌다.
이에 따라 포드는 시장 선점을 위한 신형 전기상용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2024년까지 유럽에서 출시할 신규 순수전기차 7종 가운데 4종이 상용차다. 포드와 협력 관계인 SK온의 낙수효과가 기대될 만하다. 신규 모델이 출시되면 배터리 수요도 그만큼 늘어날 수밖에 없고, 배터리 공급사는 현지에서 합작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협력사가 첫 번째 고려 대상이 된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따라서 SK온은 포드와 배터리 동맹을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안정적인 수요를 담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양사는 '블루오벌에스케이(BlueOval SK)'라는 합작법인을 공식 출범시키며 미국 켄터키주·테네시주에 연간 129GWh 규모의 공장도 함께 짓고 있다. 해당 공장과 SK온의 조지아주 제2공장(11GWh)을 통해 포드는 북미에서 필요한 140GWh를 조달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