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위기에 강한 쌍용차라고 하지만, 이번에는 좀 어려울 수도 있겠다 싶었다. 현대차와 기아의 독주도 있었지만, 상태는 심각했다. 하지만, 쌍용차는 또 한 번의 고비를 넘긴 분위기다. 승기를 들고 있는 게 바로 토레스다.
토레스는 지난달 4800대 이상을 판매하며 기염을 토했다. 현대차·기아의 잘나가는 SUV들을 제치고 국산 SUV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출시 달인 지난 7월부터 따지자면 벌써 누적 1만대 수준이다. 쌍용차로써는 역대급이다.
토레스의 인기 비결에서 가장 먼저 꼽히는 건 디자인이다. 기존의 쌍용차에서 볼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이 사람들 뇌리에 박히기 시작했다. 도심형 SUV임에도 불구하고 오프로드 디자인 요소들을 대거 적용한 것이 꽤 먹혀든 것도 같다.
오프로드의 강인함을 나타내는 요소들은 차량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그릴 부분이다. 널찍하게, 임팩트 있는 슬롯들을 집어넣은 모습은 오프로드 대명사인 지프의 것과 많이 닮아있다. ‘짝퉁’ 논란 있었다. 다만, 디자인 창의성을 저해하는 집요한 선입견은 지양해야 할 부분이다. 어차피 요즘 닮은 차들이 참 많다.
지프의 세븐 슬롯 그릴은 윌리스 때부터 가져온 디자인 요소다. 옛 코란도 역시 이 디자인을 채택했었다. 이미 여러 차례의 전쟁으로 군용 차량 이미지가 굳어버린 디자인이다.
또 다른 오프로드 디자인 요소은 보닛 위의 스크린 후크, 범퍼 아래 있는 토우 후크, 도어 아래 사이드 스텝, C-필러 쪽의 사이드 스토리지, 트렁크 리드에서 볼 수 있는 스페어 타이어 커버 등이다.
참고로 보닛 위의 후크는 원래 용도가 군용 지프차에서 윈드쉴드를 앞으로 접을 때 걸림쇠 용도로 썼던 것이 그 기원이다. 범퍼 아래 있는 토우 후크와 트렁크 리드의 스페어 타이어 커버는 실제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장식에 불과하다.
모두 새롭고 창의적인 요소들은 아니지만, 적절하게 잘 활용한 조합으로 전반적인 이미지를 강인하게 만들었다. 쌍용차가 토레스를 두고 코란도와 무쏘의 헤리티지를 계승했다고 말하는 이유다.
실제로 이들과 닮은 디자인 요소는 없다. 특히 실내는, 적어도 쌍용차 브랜드 내에서는 한 세대를 거치고 넘어간 듯한 최첨단 이미지를 선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대시보드와 디지털 계기판이다. 요즘 디자인 트렌드를 백분 활용한 느낌이다. 쭉 뻗은 세로 라인이 심플함과 깔끔한 이미지를 전달하고 간단하고 단순한 사용 편의성을 제공할 것만 같은 분위기다.
‘D’컷 스티어링 휠은 위까지 깎아 멋을 냈다. 굳이 필요했을까 싶을 노력이었지만, 전방 시야를 좀 더 넓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실용적인 면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센터페시아에 적용된 12.3인치 가로형 터치 디스플레이는 쌍용의 인포콘 시스템을 끊김 없이 잘 구현해 낸다. 다만,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이 아직 되지 않는다는 것은 살짝 아쉬운 부분이다. 자체 내비게이션이 불편함 없이 잘 작동하고 핸드폰 무선충전 기능까지 가능하니 대안으로 충분하다.
가속 반응이 초반에 다소 민감하다. 중·고속에서는 순간적 머뭇거림과 함께 속 시원한 가속은 힘들다.
기존 코란도에서 가져온 1.5ℓ 가솔린 엔진은 안타깝게도 특이 사항이 없다. 덩치에 비해 출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다. 그래도 170마력, 28.0kg·m의 최대토크는 사실 1.6톤의 차를 끌기에는 아쉬울 게 없는 수치다. 다만, 세팅의 차이가 전반적인 주행느낌을 좌우하고 있을 뿐이다.
시승차는 20인치 휠에 사륜구동 시스템이 적용됐다. 앞쪽 맥퍼슨 스트럿, 뒤쪽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달렸다. 어떻게 보면 딱딱할 만도 한데, 부드럽게 요철은 넘는 모습은 크게 나쁘지 않다.
토레스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신차 효과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긴 했으나 무조건, 맹목적으로 좋다고 말하는 이들은 또 별로 없다. 눈길이 가는 것은 쌍용차가 아니라 토레스 그 자체다. 쌍용차에서는 토레스는 아마 디자인 혁신을 이끌 모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