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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소장 가치 충분한 퍼포먼스, 기아 EV6 G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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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소장 가치 충분한 퍼포먼스, 기아 EV6 GT

내연기관 스포츠카보다 빠른 국산 SUV 전기차
뛰어난 가속 성능만큼이나 잘 갖춰진 제동 능력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2-10-25 10:40

EV6 GT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EV6 GT 사진=기아
“가장 빠른 국산차.” 기아가 E-GMP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EV6 GT 모델을 출시하며 내건 문구다. 이 차의 제로백은 3.5초에 달한다. 이 시간이 ‘A to B 이동수단’으로만 생각하는 운전자들에게는 감이 잘 안 잡힐 수도 있다. 신호 대기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순간적으로 꾹 밟았을 때 말 그대로 눈 깜짝할 새 시속 100km에 도달, 벌써 다음 교차로에 서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 모델 3의 퍼포먼스 버전이 3.3초로 동급에서 비교할 수 있으며, 내연기관 차들 중(예를 들어)에는 아우디 R8 V10이 3.7초, 람보르기니 슈퍼 SUV 우루스 모델이 3.5초의 제로백을 끊으니, 기아 EV6 GT가 어느 정도 빠른지 가늠할 수 있다. 얼마 전 기아가 미디어를 대상으로 제로백 체험을 해본 것처럼 실제 퍼포먼스도 제원과 큰 차이는 없다. 밟으면 밟는 대로 나가는 느낌은 간단한 설명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서 잠시, ‘왜 이렇게 빠른 모델이 필요할까?’라는 궁금증이 생긴다. 일상에서 제대로 쓸 수 있는 능력도 아닌데, 기본형 모델보다 큰돈 더 주고 사야 하는 이유가 필요한 대목이다. 수출 전용 모델이라고 생각한다면 분명 틈새가 있고 수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택시로 자주보는 이 차가 ‘GT’라는 배지를 하나 더 달았다고 알아주는 사람이 많을지는 다시 고민해볼 문제다.

하지만, 사실 그 이유는 타본 사람이나 드라이빙에 진정한 재미를 아는 이들에게서 들을 수 있다. 순간적으로 동공이 확대되며 뒤로 젖혀진 고개를 바로 잡을 때는 ‘일탈’에 대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온전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서 아드레날린을 뽑아낼 수 있다. 모델 3 퍼포먼스 모델과는 비슷한 전형적인 전기차 가속 느낌이다. 이 차의 가격은 7200만원이다. GT가 붙지 않은 EV6보다 평균 1000만원 이상이 비싸다. 하지만, 고속, 고성능, 고회전, 고출력의 희소성 매력에 빠진 이들에게는 그저 푼돈에 불과하다는 것도 분명하다. 반절의 보조금 따위는 있든 없든 상관없다.

기아 EV6 GT는 해외 언론에서도 극찬이 이어졌다. 코란도의 슬로건이긴 하지만, ‘코리안 캔 두(Korean Can Do)’의 정신을 자동차의 선진국이라는 곳 사람들이 인정했다. 거부감 없이 다가오는 미래지향적 디자인에 균형잡힌 안정적 자세, 효율적인 에너지 관리까지 달성했음에도 속도에 대한 목표치까지 욕심을 낸 것이 먹혀들었다. 노란 눈의 사람들은 이 점에 주목했다. 남들이 설 수 없는 독보적 위치에 환호한 것. 테슬라보다 싼 가격에 3초대 제로백을 살 수 있다는 이유는 충분히 합리적이다.

EV6 GT 인테리어 사진=기아이미지 확대보기
EV6 GT 인테리어 사진=기아

전기차는 빠른 차로 만들기 쉬운 배경이다. 실린더 크기나 개수, 발화성 좋은 연료도 필요 없다. 강력한 전기 모터만 있다면 액슬에 얼마만큼의 힘을 실을지는 초등학생이 만드는 코딩만큼이나 간단하다. EV6 GT는 알다시피 EV6 모델과 물리적 파워트레인 제원에서 큰 차이가 없다. 77.4kWh 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것은 동일하다. 다만, 이 힘을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리고 가장 먼저, 가장 중요하게 떠오르는 요소가 제동력이다.

EV6 사이에서 EV6 GT를 구별하는 방법은 형광색 브레이크 패드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쉐린 타이어를 신은 21인치 합금휠 사이로 보이는 이 캘리퍼가 포르쉐나, 페라리, AMG, M 배지를 단 차들을 봤을 때와 비슷한 감탄사를 자아내게 만드는 포인트다. 실제로 뛰어난 가속력에 어울리는 제동력을 갖췄다. 예전 현대차의 초기 제네시스 쿠페 모델이 브렘보 디스크를 달고 나왔을 때보다는 확실히 밸런스가 잘 맞으며 발전했다는 느낌을 준다.

차체의 안정성도 시트의 피트도 역동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체는 패밀리차로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있을 정도로 단단하며 노면을 정말 노골적으로 그대로 받아들인다. 디자인 자체만으로 스포츠카를 연상케 하는 버킷 시트도 코너링 시 허리 지지를 매우 타이트하게 해주는 편이다. 스릴을 즐길 마음만 결정된다면 스티어링 휠에 달린 형광색 ‘GT’ 버튼을 누르면 된다. EV6 GT는 언제든지 달려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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