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현대자동차는 50년 전 탄생한 포니의 최초 디자인을 맡았던 이탈디자인(당시 소속, 현재 'GFG 스타일' 설립자 겸 대표) 조르제토 주지아로를 초청해 토크쇼를 진행했다.
현대차는 故 정주영 창업자를 비롯해 세계적 디자인 거장인 주지아로를 앞세워 한때의 영광스러운 업적을 회고하는 뜻깊은 자리를 만들고자 했다. 또한, 주지아로와 함께 사라진 포니 쿠페 콘셉트 모델을 복원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하기로 했다. 하지만, 업계 시각은 이면의 속내도 한 꺼풀 들춰내 들여다봤다.
행사 이후 쏟아져나온 이야기는 일명 포니정으로 불렸던 故 정세영 현대차 회장 및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주변 인물에 대한 것. 재조명받아야 할 인물은 디자이너뿐만 아니라 국산차 첫 수출이라는 기록을 세운 근대 차 산업의 주역들도 함께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몽구 회장에서 지금의 정의선 회장이 현대차의 사령탑에 올라서게 된 비화와도 어느 정도 연관 지어지지만, 당시 정주영 창업주와 형제지간이었던 정세영 회장 간의 상속 문제 등 현대차 일가에는 많은 이야기가 얽혀 있다.
1세대 자동차 전문 기자이자 현재 온라인 자동차 전문지 <오토다이어리>를 발간하고 있는 오종훈 편집장은 그때를 이렇게 기억한다.
“1973년 9월 직접 이탈리아로 날아가서 디자인 용역회사로 이탈디자인을 최종 선택한 것은 정세영 회장이다. 그는 모델 개발을 진두지휘하며 포니를 개발하고 생산해 세계 시장에 수출했다. 그리고 기술 습득을 위해 이탈디자인과 일거수일투족을 함께 했던 여섯 명의 직원이 있었다.”
포니의 업적을 기리는 데 있어 디자인뿐만 아니라 개발과 판매에 열성을 다했던 주역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포니는 현대차가 만든 첫 독자 모델이자 한국의 첫 독자 모델로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16번째, 아시아에서 두 번째 자동차 독자 모델을 개발한 나라로 만들어줬다.
정세영 회장은 지난 22일 (사)한미협회는 그랜드워커힐 서울에서 열린 제20회 ‘한미친선의 밤’ 행사에서 ‘한미우호’상을 수여했다.
한미우호상은 대한민국과 미국의 상호 이해와 우호 증진을 위해 1963년 설립된 한미협회가 양국 간의 우호 및 친선 증진에 크게 이바지한 인사를 선정해 수여하는 상으로 지난 2022년 이후 매년 선정하고 있다.
미국 포드와 함께 합작법인인 현대차를 설립해 정주영 회장의 명에 따라 사장직을 맡게 됐고, 설립 10년 만에 첫 수출을 시작, 그가 재직한 32년 동안 엑셀, 쏘나타, 그랜저, 다이너스티, 아반떼, 에쿠스, 싼타페 등 20여 종의 모델을 선보이는 업적을 이루기도 했다.
한미협회는 “자동차 산업으로 한국과 미국의 교두보를 열었으며, 한국 최초의 고유모델인 현대차의 포니를 선보이며 대한민국의 자동차 산업 글로벌 성장의 초석을 다진 공로를 인정해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포니의 설계를 지켜보기 위해 이탈디자인에 파견됐던 여섯 명의 직원들도 재조명 됐다. 이들 사이에서 ‘이 대리 노트’가 탄생했다. 이 대리 노트를 만들었던 당시 파견 직원 중 막내는 훗날 현대차 사장 자리에 올랐다. 바로 이충구 전 현대차 사장이다. 이 전 사장은 지난 2020년 자동차 핵심기술의 독자 개발을 이끈 공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한 과학기술유공자에 이름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