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업체 BYD가 일본 전기차 시장 진출을 알렸고, 독일 벤츠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EQ 매장을 최초로 세웠다. 이에 올해 초 13년 만에 일본 자동차 시장에 재진출한 현대자동차와의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9일 니케이 아시아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BYD는 내년 일본 자동차 시장에 총 3가지 전동화 모델을 내놓는다. 구체적으로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토3, 해치백 모델인 돌핀, 세단인 씰이다.
가장 먼저 출시되는 모델은 아토3로, 내달 31일 일본 시장에 공식 판매에 들어간다. 외신은 "닛산 및 테슬라와 같은 경쟁사 모델보다 저렴한 440만엔(4200만원)에 판매가 될 예정"이라며 "고객 인도는 3월에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돌핀은 내년 상반기, 씰은 하반기에 출시가 예정되어 있다”고 했다.
아츠키 토후쿠지(Atsuki Tofukuji) BYD 오토 재팬 사장은 "탄소 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더 많은 친환경 자동차를 찾고 있다"며 "일본에서의 입지를 조금씩 강화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판매망 구축은 물론 품질 보증 등 고객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BYD는 내년 1월부터 22개의 판매점을 준비하고 있으며, 오는 2025년까지 100개 이상의 매장을 확보해 홋카이도 최북단에서 오키나와 최남단에 이르는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할 계획이다. 최근 아츠키 토후쿠지 사장은 일본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4년·10만km 보증을 전체 차량에 적용하고 배터리의 경우 8년·15만km에 도달했을 때의 용량이 신차 대비 70% 이하로 떨어지면 무료 교체 보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벤츠도 일본 자동차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난 9월 플래그십 전기차 EQS를 출시한데 이어 최근에는 독일 브랜드 최초로 전기차 전용 매장을 요코하마에 오픈했다. 해당 매장에서는 전기차 시승 및 렌탈 서비스가 제공된다. 또 내년에는 2종의 EV 차종을 내놓는다. 지난 2019년부터 5종의 전기차를 선보였던 벤츠가 일본 전기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이다. 킨타로 우에노(Kintaro Ueno) 메르세데스 벤츠 재팬 사장은 "우리는 일본의 EV 전환을 적극적으로 가속화하는 것이 (일본에서 확장하는) 회사로서 우리에게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면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일본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는 일본의 성장 가능성이 커서다. 아직 일본의 경우 자국 브랜드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향후 전기차 시장이 커짐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즉 커질 것을 대비해 미리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일본자동차수입조합(JAIA)과 일본수입차협회 통계에 따르면 10월 수입 전기차 판매 대수는 1417대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배가 넘는 수치이자, 최다 판매량이다. 올 1~10월 누계판매량도 97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1% 증가했다. 해외 브랜드의 신규 등록 대수도 증가세다. 11월 해외 브랜드의 판매량은 총 2만2647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8% 증가한 수치다.
이에 따라 올해 초 13년 만에 친환경차로 일본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현대차와 경쟁이 불가피해 보인다. 업계는 현대차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제품군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대차는 신차를 내놓기보다는 아이오닉5와 넥쏘를 중심으로 하는 기존 전략에 힘을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이미 판매량이 늘어나고 있고 이날 아이오닉5가 일본 올해의 차 위원회 실행위원회가 주최하는 '일본 올해의 차 2022-2023'에서 '올해의 수입차'를 수상하는 등 호평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