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자동차 강국 일본의 자존심을 무너뜨리고 있다. 전기차와 수소차에 이어 하이브리드까지 앞섰다. 불과 반세기 전 일본 업체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차를 생산하던 현대차가 완전히 다른 기업으로 된 것이다.
12일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기아 스포티지와 현대차 투싼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가 독일 자동차 전문 매체 아우토자이퉁 최근호에 게재한 콤팩트 하이브리드 SUV 5개 차종 비교평가에서 각각 1위와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 호평은 20년이 넘게 세계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을 주름잡던 토요타의 대표 모델 RAV4를 포함해 닛산 캐시카이·마쓰다 CX-5 등 동급 일본 하이브리드 SUV를 큰 점수 차로 앞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아우토자이퉁은 "스포티지는 다양한 안전 장비, 가장 높은 최대 적재하중, 넉넉한 실내공간 덕분에 다른 경쟁차보다 앞서 있다"고 했다. 이어 "투싼은 자신감 있는 디자인과 최첨단 기술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이에 현대차와 기아는 친환경차 부문에서 일본을 모두 앞서게 됐다. 전기차의 경우 이미 제품 경쟁력과 판매량에서도 일본을 월등히 앞서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전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6, EV6, 제네시스 GV60 등은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서 상품성을 인정받았다.
반면 일본 자동차 업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토요타가 내놓은 전기차인 bZ4X는 주행 중 타이어가 빠지는 등의 품질 불량으로 환불까지 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토요타는 현재 개발 중인 전기차 신차 프로젝트를 대부분 중단하고 올해 도입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e-TNGA)의 폐기까지 검토하고 있다. 혼다와 닛산도 각각 혼다e·리프 말고는 경쟁력 있는 전기차가 없다.
수소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3년째 글로벌 수소차 판매량 1위를 지키고 있다. 이날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10월 수소연료전지차의 총 판매 대수는 1만6195대로 집계됐다. 이 중 현대차는 9591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7881대) 대비 21.7% 성장한 수치다. 시장 점유율은 59.2%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6.2% 늘었다. 업계 2위인 토요타와의 점유율 격차는 41.3%로 벌어졌다.
토요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대폭 감소한 2897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5506대)과 비교해 47.4% 줄어들었다. 3위인 혼다는 209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32대)과 비교했을 때 9.9% 떨어졌다. 제품별로는 10월 한 달 동안 넥쏘가 1142대, 토요타 미라이 2세대가 278대가 판매됐다. 이에 대해 SNE리서치는 "전기차에 집중한 글로벌 친환경 자동차 시장 환경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 복합적인 대내외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 수소차 모델 넥쏘가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불과 반세기 만에 현대차와 일본 자동차 업계의 입장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약 50년 전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와의 기술 제휴를 통해 차량을 생산했었다. 독자 모델로 알려진 포니와 1986년 발표한 그랜저, 엘란트라와 쏘나타 등에는 모두 일본 기술이 들어갔었다. 현대모비스의 전신인 현대정공의 갤로퍼와 싼타모도 미쓰비시의 파제로와 샤리오였다. 이는 현대차가 내연기관 차량 시장에서 후발주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른 시기 자동차 시장에 진입해 뛰어난 기술을 가진 일본을 쉽게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기차와 수소 그리고 최근 하이브리드 차량까지 현재 친환경차 시장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이 내놓은 전기차·하이브리드카·수소차 등 친환경 차들은 상품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주요 수상 리스트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며 "전 세계 미디어의 비교평가에서도 지속 호평받는 등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