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내수 전기차 판매에서 현대자동차·기아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야심작인 E-GMP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신차 등록 대수는 132만대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기차는 이미 11만6419대가 판매됐다. 지난해 전체 6만5555대와 비교해도 77.5%가 증가했다. 점유율은 8.8%로 새롭게 등록되는 차 10대 중 1대는 전기차라는 뜻이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E-GMP 기반 전기차들의 적잖은 역할을 해냈다. 올해 E-GMP 기반의 전기차 내수 판매량은 6만5962대를 기록했다. 테슬라 포함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56.6%를 차지했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E-GMP 기반 전기차는 현대 아이오닉 5를 필두로 아이오닉 6와 기아 EV6, 제네시스 GV60이 나와 있다. 아이오닉 6의 경우 출시한 지 얼마 안 됐으며, 제네시스 GV60은 상대적으로 판매 볼륨이 작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이오닉 5와 EV6가 실적 대부분을 차지한다.
지난해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것으로 따져 본다면 E-GMP를 탑재한 차종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 11월을 기점으로 10만대를 돌파했다. 정확하게는 10만846대로 차종별 판매량과 비중은 현대차 아이오닉 5가 4만9359대(48.9%), 기아 EV6가 3만4638대(34.3%), 아이오닉 6와 제네시스 GV60은 각각 1만232대(10.1%), 6617대(6.6%)이다.
이들 4개 차종의 판매량은 올해 내수 시장에서의 현대차 실적 61만8497대의 1.7%에 해당한다. 상대적으로 아직 미흡해 보일 수 있으나 한정적인 올해 전기차 보급 대수와 사전 계약을 이미 진행한 대기 수요를 생각해본다면 괄목할만한 성과를 기록한 셈이다.
올해 초 정부가 지정한 전기차 보급 대수는 16만5000대다. 내년 전기차 보급 대수는 21만5000대인데,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 그리고 새롭게 합류한 아이오닉 6의 대기 수요가 큰 만큼 내년 이들 판매 점유율도 상당폭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이면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인 ‘N’ 부문에서 아이오닉 5 N 모델과 대형 SUV 전기차 모델인 EV9이 합류하게 된다. 두 차종 모두 E-GMP 플랫폼을 탑재한다.
E-GMP 탑재 모델들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는 유럽에서 많은 ‘올해의 차’를 수상했으며, 미국과 일본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이달 6일에는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발표한 충돌평가에서 기아 EV6가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를 획득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는 표준 모듈화된 통합 플랫폼 설계로 다양한 유형의 차를 구성할 수 있으며, 배터리를 차체 중앙 하부에 낮게 설치한 저중심 설계 덕분에 차종과 관계없이 안정적 주행 성능을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E-GMP는 정 회장의 손길이 많이 닿았다고 알려져 있다. 초기 개발 여부를 놓고 내부 의견이 갈릴 때 정 회장의 결단으로 프로젝트가 빠르게 진행됐으며 주요 단계마다 직접 점검을 나서기도 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내연기관차 시대의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전기차 시대를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전환하는 데 E-GMP를 전면에 내세운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