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애프터서비스(A/S) 운영과 충전기 설치 여부를 조건으로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후관리체계를 도입해 국산 전기차에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각 업체와 유관 협회에 2023년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 초안을 전달했다. 개편안 주요 내용은 국고보조금 상한금액을 줄이고 대상은 확대하며 직영 A/S센터 운영 여부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원한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3년 내 전기차 급속 충전기(50kW) 100기 이상(완속 10기는 급속 1기로 간주)을 설치하고 전기차 배터리 전력으로 외부 가전제품을 활용하게 하는 기술인 V2L 탑재 차량에도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개편안대로라면 우선 올해 보조금은 현행 700만원에서 680만원으로 줄어들고 100% 지급 대상 구간은 5500만원에서 570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다. 여기에 사후 서비스나 인프라 구축 현황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겠다는 조건이 붙는다. 아직 네트워크망, 충전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수입차 브랜드는 전기차 판매 시 지급 받을 수 있는 국고보조금이 줄어든다는 뜻이다.
테슬라 모델 3는 현재 계산대로라면 싱글 모터(7034만원)와 듀얼 모터(9417만원) 두 모델 모두 지급 상한선(5500만원)을 훌쩍 넘어 국고보조금 50%에 해당하는 310~315만원을 받는다. 하지만, 공식 서비스센터는 전국 10곳에 불과해 환경부 산정 기준에 따라 지원 금액이 더 축소될 수 있다. 비슷한 가격대라면 200~300만원의 찻값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반면, 현대 아이오닉 5나 6, 기아 EV6의 경우 개편되는 보조금 지급 상한선(5700)에 포함되면서 기존 싱글 모터 모델뿐만 아니라 50% 구간이었던 롱레인지 모델까지 100% 보조금을 받게 된다. 네트워트 및 급속 충전 시설은 기준을 충족하는 데다가 현대차그룹의 전용 플랫폼 E-GMP 특징인 V2L에 비용 절감 효과를 더 볼 수도 있다.
이번 국고보조금 개편안 초안은 미국 IRA나 유럽판 IRA에 불리는 핵심원자재법인 CRMA, 중국 역시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해야 보조금을 지급하는 차별적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상반기 환경부가 정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판매된 전기차에 지급된 구매 보조금은 총 5362억원이다. 이중 4693억원이 국산 전기차에 지급됐고 미국산에는 166억원, 중국산에는 388억원이 지급됐다.
이 기간 중국산 전기차에 지급된 보조금이 미국산 전기차에 지급된 보조금을 넘어섰다. 특히, BYD의 경우 전기 버스 등 상용차를 넘어 올해 승용차 판매 브랜드도 출범을 예고하고 있다. 테슬라를 제외한 GM 및 포드 등 미국 브랜드들도 자국 내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 전기차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독일 프리미엄 3 포함한 유럽 브랜드도 시장 점유율을 고민할 때다.
지금까지 국산 전기차에 지급된 금액은 꾸준히 늘어났지만, 앞으로 더욱 치열해지는 국내 전기차 시장을 대비해 미리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