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3일 진행된 신년회에서 "올해는 도전을 통한 신뢰, 변화를 통한 도약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정했다"고 말하며 함께 더 큰 미래를 위해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에서 타운홀 미팅 방식의 신년회를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됐으며, 정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현대차 사장, 송호성 기아 사장, 박정국 연구개발본부 사장, 송창현 TaaS본부 및 차량SW담당 사장이 직원들과 마주하고 2023년 새해 메시지와 사업 방향성 및 비전을 공유했다.
새해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 선 정 회장은 편안한 분위기에서 행사를 시작했다. 복장에서부터 격식이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재킷, 구두 등 정장 차림이 아닌 니트, 운동화 등을 입고 등장했다. 무대에 올라오자 농담도 건네며 분위기를 가볍게 만들기도 했다. 그는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을 향해 "떡국은 먹었어요?"라고 묻고는 "자기는 올해 벌써 떡국을 세 그릇 먹었다"고 했다. 딱딱해질 수 있는 신년회에 웃음이 났던 순간이었다.
이날 정 회장이 강조한 것은 위기 극복이었다. 그는 "다가오는 위기를 두려워하며 변화를 뒤쫓기보다 한발 앞서 미래를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는 위기를 극복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끊임없는 도전으로 신뢰를 만들어가는 등의 능동적인 노력을 계속한다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에도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힘차게 나아갈 예정이다. 그는 "전동화, 소프트웨어, 신사업 등 다양한 영역에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시장을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고 기술을 개발하는데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해에도 더욱 진화된 차량을 개발하고 공급하여 글로벌 전기차 리더십을 공고히 하고 전동화 체제 전환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직 문화도 바꿔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는 자동차 산업 특유의 강직된 조직문화를 벗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불필요한 허례 의식은 정리하고 유연한 업무수행 방식을 생활해주기를 바란다"며 "지속적인 인사를 통해 과거의 단점을 하나씩 없애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도 나이가 50이 넘었지만, MZ세대 같은 때가 있었다"며 "우리가 어렸던 시대에는 쉽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경청만 해야 하는 시대였는데 지금은 세상이 바뀌었다"고 했다.
이어진 임직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왔다. 한 직원은 "조직문화를 위한 개선안"에 대해 질문했고 정 회장은 "소통이 원활해야 한다"며 "상사에게 보고할 때의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옛날 명예회장께 보고할 때 생각과 결론을 먼저 얘기하고 이유를 설명했다"며 "보고하는 것을 보면 결론이 없고 자기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보고한 것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절대 낙심하지 말라고도 조언했다.
질의응답이 1시간 가량 이어지고 질문이 없자 정 회장은 "생각보다 질문이 없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정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현재 200~300개 반도체 칩이 들어가는 차가 자율주행이 되면 2000개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동차 제조회사지만 어떤 전자 회사나 ICT 회사보다도 치밀하고 종합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될 수 있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이 계시기 때문에 그런 꿈을 갖고 있다"며 "항상 든든하고 같이 일하는 것이 행복하고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정 회장은 이날 행사가 마친 뒤 자리에 모인 직원들과 함께 셀카를 찍고 있는 등 격식 없는 모습을 보였다. 또 사내 식당에서 직원들과 점심을 함께하며 임직원들의 고충도 함께 공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