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시장은 분주하다. 올해에도 전기차 모델들이 대거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내연기관 신차들에 대해 기대감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서둘러 등장한 탓에 전기차는 비싼 배터리를 안고 보조금 지원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앞으로 몇십년은 싫으나 좋으나 내연기관차들과 함께 가야 한다는 뜻이다. 다만, 전기차의 합류로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것 만은 확실하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임인년 지난해 총 88종의 신차가 출시됐다. 그중 33대가 한국자동차전문기자협회 선정한 ‘올해의 신차’ 후보에 오르며 영향력을 과시했다. 벤츠와 BMW를 중심으로 수입차 시장은 누적 300만대를 돌파했고 국산차는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750만대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계묘년 올해 나올 국산차, 수입차 모두 신차에 기대가 큰 이유다.
올해 출시를 앞둔 신차 중 부문별로 가장 기대가 큰 모델들을 골라 보면, 전기차 부문 최고의 모델로 단연 기아 EV9가 꼽을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오프로드 부문에서는 랜드로버 디펜더 130 모델이, SUV 부문에서는 고성능 모델인 아우디 SQ7, 세단 부문에서는 혼다 어코드에 거는 기대감이 크다. 크로스오버에는 훌륭한 디자인으로 이목을 끌었던 푸조 408 모델이 출시 기대감을 높이고 있으며 픽업 부문에서는 신규 브랜드인 GMC의 시에나 모델이 마니아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우선 기아의 전기차 부문에서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EV9은 지난해 LA모터쇼와 부산모터쇼에서 컨셉트로 공개된 바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대형 SUV 차종에 적용하는 첫 사례가 되는 차다. 그룹에서는 다섯 번째, 기아에서는 두 번째 E-GMP 기반으로 한다. 이를 통해 오피스와 같은 널찍한 실내 공간과 활용성을 자랑하며 100kWh 이상의 대용량 배터리로 달성한 긴 주행거리, 독특하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디자인으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강력한 경쟁 모델로는 올해 출시할 BMW XM 전동화 버전과 벤츠 EQS SUV 모델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오프로드 부문에서는 디펜더가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미 110이 출시된지 1년을 넘겼으며 90 보디 타입이 지난해 출시돼 인기몰이를 했다. 올해 130 모델이 출시되면 디펜더 모델 라인업이 모두 구색을 갖추는 셈이다. 차명 뒤에 붙는 숫자는 1세대 모델 이전 불렀던 닉네임으로 당시 차의 휠베이스를 가리켰던 것에서 유래했다. 지금의 130은 110 모델과 휠베이스는 같다. 130은 3열을 추가한 8인승 모델이다. 2+3+3의 레이아웃을 채택했으며 영국 현지에서는 D300 디젤 모델과 P300, P400 가솔린 모델로 나온다. 이중 국내에는 먼저 들어온 110과 동일한 P300 가솔린 모델이 들어올 가능성이 가장 크다. 최고출력 300마력, 47.9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아우디의 SQ7이 SUV 부문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Q7은 오래전부터 국내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Q7에 여러 가지 다이내믹 패키지를 적용한 모델이다. 최근 소음 등 국내 인증 기준을 통과하며 출격 준비를 마친 상황이다. 디젤과 가솔린 버전이 있는데 국내에는 V8 4.0리터 가솔린 트윈터보 엔진을 탑재한 모델이 들어올 예정이다. 여기에 8단 자동변속기가 짝을 이루며 최고출력 507마력, 78.5kg·m의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강력한 퍼포먼스는 제로백 4.4초로 입증된다.
올해는 잠잠했던 일본차 브랜드의 용트림도 감지된다. 혼다에서 11세대 어코드가 새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어코드의 경우 세단의 정석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본기가 탄탄하며 일본차 특유의 내구성이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번 신형은 전반적으로 자잘한 기교를 배제하고 심플함을 강조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파격적, 기존과는 다른 이미지 탓에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예상하나 상품성 업그레이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개선이라는 키포인트를 제공하는 것은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프랑스 브랜드 푸조도 고개를 든다. 기대의 신차는 ‘크로스오버’라는 새로운 시도로 탄생한 408 모델이다. 전면부는 변경된 로고와 함께 패밀리룩을 이어가고 있지만, 뒤가 사선으로 떨어진 쿠페형 실루엣을 보여주는 게 특징이다. 세단보다 높은 차체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날렵한 몸매를 자랑한다. 다양한 차종을 보유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지만, 일반 브랜드에서는 보기 드문 보디 타입이다. 파워트레인은 합산 출력 180마력을 내는 1.6 가솔린 엔진과 모터의 하이브리드로 구성된다. 국내 푸조 라인업에 합류하면 가장 매력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픽업트럭 부문도 빠질 수 없다. 국내 픽업 시장은 '조선 달구지'라는 별명을 얻은 쌍용의 렉스턴 스포츠의 독점적 시장에 과감히 진입한 쉐보레 콜로라도에 이어 포드의 레인저 모델, 그리고 지프의 글래디에이터로 총 4종의 모델들이 라인업을 이뤘다. 이 시장을 더욱 뜨겁게 달굴 GMC의 시에나 디날리 모델이 올해 출시 예정이다. 미국 본토에서도 정통 픽업트럭의 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하이엔드급 모델이다. V8 6.2리터 자연흡기 엔진으로 최고출력은 420마력, 최대토크를 63.5kg·m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자랑한다. 체급도 시장 내 모델들보다 위인 풀사이즈다. 지난해 한국지엠은 GMC 브랜드를 공식 론칭했고 올해부터 판매에 들어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