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각을 다투던 수입차 시장 BMW와 벤츠의 경쟁이 결국 벤츠의 승리로 마무리가 됐다. 두 브랜드는 지난해 11월까지 고작 188대 차이를 보였지만, 12월 벤츠코리아가 9451대를 판매하며 6832대를 판매한 BMW코리아를 2600대 넘게 앞질렀다.
벤츠의 12월 판촉 공세가 거셌다. 평소 콧대 높은 벤츠는 할인이나 프로모션이 잘 없기로 소문이 나 있는데, 이달 엔트리급 모델부터 기함급 모델까지 파격적인 판촉이 이어졌다.
바짝 뒤쫓은 BMW와 거리를 두기 위해 벤츠코리아의 무리한 할인 공세가 이어졌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벤츠는 지난 6년간 수입차 1위 자리를 놓친 적이 없다. 이번에 왕좌를 내놓는다면 전반적인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을 수 있어서다.
결국 이번 판촉 효과로 벤츠코리아는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지켜냈지만, 그 과정은 프리미엄 브랜드 명성에 걸맞지 않게 볼썽사나웠다는 의견도 나왔다.
벤츠코리아는 앞서 2020년에도 매달 평균 6000대가량을 판매하다가 12월에 돼서 9000대 넘는 판매를 기록한 적이 있다. 상황이 이러니 벤츠 차량을 구매하고 싶은 고객은 12월 판매를 노려보라는 말까지 나온다.
특정 모델을 예로 들면 벤츠의 대형 세단 S클래스는 지난달 3.5%의 할인을 제공했으며, 중형 SUV인 GLE는 6.5%까지 할인율을 적용했다고 한다. 소형 SUV인 GLA의 경우 올들어 11월까지 월평균 두 자릿수를 기록했지만, 12월 판매는 40배 이상 늘어 862대에 달했다. 할인 전인 지난해 11월 60대 팔린 GLC 쿠페도 네 배 이상이 판매됐다.
할인율보다는 본사 측의 밀어내기 수단이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벤츠 딜러사들은 차량 대수당 수당을 받는 수당제로 판매를 진행했다. 벤츠는 통상 매출을 기준으로 딜러사 수당을 지급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지난달에는 예외가 된 셈이다. 차량 등록을 기준으로 대당 200만, 300만원씩 인센티브가 제공됐는데, 일부 딜러들은 사이에서는 직접 반년치 시승차를 미리 선구매 한 일도 있다고 전해진다. 시승차로 운행하고 인증중고차로 내놓으면 크게 손해 보는 일이 없어서다.
통상 연말이면 자동차 업계는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내걸기 나름이지만, 이번 벤츠의 경우는 과도한 경쟁을 부추겼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할인이나 프로모션 등의 마케팅을 비정상적인 시장 이미지 선도에 사용한다는 곱지 않은 시선도 존재한다. 특히, 프리미엄 모델의 경우 더 그렇다. 할인 판매 모델뿐만 아니라 딜러들이 선매입한 차량은 이후 중고차 물량 등으로 쏟아져 나오며 중고차 가격 형성에도 소폭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