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완성차 업체들과의 현지 합작공장 추진이 잇따라 무산됐다. SK온은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와 튀르키예 공장을 짓지 않기로 했고, LG에너지솔루션은 제너럴모터스(GM)와의 합작 4공장 설립이 보류됐다.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되지만 이 외에도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현지시각) 튀르키예 제조기업 코치는 공시를 내고 "전기 상용차 배터리 생산 투자와 관련해 포드, SK온과의 양해각서(MOU)가 종료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초 불거졌던 SK온과 포드간의 합작공장 설립 결렬이 확정된 것이다. 앞서 지난해 3월 SK온은 포드, 코치와 합작법인 설립 업무협약(MOU)을 맺고 합산 총 4조원을 투자해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 인근에 배터리 합작공장을 세우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25년부터 연간 30∼45기가와트시(GWh) 규모로 상업 생산을 할 계획이었다.
SK온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GM과 짓기로 했던 4공장 건설에 제동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4번째 미국 공장 건립은 무기한 보류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얼티엄셀즈 4공장에 대해 양사는 현재 논의 중이며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주에 제1공장(35GWh 이상), 테네시주에 제2공장(35GWh 이상)을 건설 중인 상황이다.
이는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새로운 고객을 찾아 비용을 줄이고 이익을 높이겠다는 의도다. 현재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유럽은 이에 대응해 핵심원자재법(CRMA)을 준비 중이다.
두 법안 모두 특정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 그리고 생산 등을 전제로 혜택을 주는 것을 핵심 골자로 한다. 해외 기업들이 미국, 유럽 등에서 자사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구매 또는 공장을 짓는 등의 사업이 필수적이라는 것이다.
GM, 포드, 현대차그룹, 스텔란티스, 도요타, 혼다 등 주요 완성차 업계는 다양한 배터리 업체와 협력 관계에 있다. 뿐만 아니라 리튬, 니켈 등 원자재 업체와도 계약을 맺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배터리 업체도 동일하다. 대상이 다를 뿐 모두 세계 각국에 있는 기업들과 손을 잡았다.
업계에서는 특정한 한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존재하고 단순히 공급망 다변화 등 한가지 이유로 인해 사업 파트너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배터리 업계 한 관계자는 "협상 대상이 바뀌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한다"면서 "기술적인 부분, 자금, 배터리 생산 수율 등 많아 딱 한 가지를 짚고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업체의 상황도 각기 다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