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들이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산 차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가 공개한 지난해 자동차 신규등록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차 내수 시장은 전년 대비 2.9%가 감소한 168만4000대로 집계됐다. 2014년 이후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반도체 수급 차질, 출고 지연, 고금리 등의 악재가 원인으로 꼽혔다.
국산차는 전년 대비 3.7% 줄어든 137만 대로 나타나 2009년 이후 가장 부실한 실적을 기록했다. 수입차는 전년 대비 0.5% 증가한 31만1000대를 기록했는데, 시장 점유율은 역대 최고인 18.5%를 차지했다.
수입차 중에서도 중국산 자동차 제조사의 행보가 눈에 띈다. 현재 판매량으로는 독일차가 압도적인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지만, 성장률에서는 중국산 차가 매우 거세다. 중국산 자동차 판매는 전년 대비 154.5% 증가했는데, 실적에서는 1만 대 판매를 훌쩍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국산차가 지난해 상반기 반도체 영향으로 출고 지연 등의 악수가 걸려 그 빈자리를 중국산 차가 메웠다는 관측도 나왔다. 차종도 전기차가 위주다. 중국산 전기차는 전 차종에서 판매가 증가했다. 버스·화물차 등 상용차 판매에서 볼륨을 키웠다.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중국산 상용차는 버스 29종, 소형 화물차 8종이다. 전년과 비교하면 각각 9종, 6종이 늘었다.
특히, 소형 화물차의 경우 중국산 차종이 국내 본격적으로 출시되며 가격 경쟁력을 필두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지난해 중국산 소형 화물차는 1768대가 판매돼 전년(73대) 대비 2321.9%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서민의 발이 돼준 라보나 다마스의 부재에 더해 이렇다 할 국산 대안 모델이 없어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현대차·기아에서 판매하고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던 포터와 봉고 소형 화물차의 경우도 탄소배출권 문제로 내년부터 경유차 모델이 없어진다. 해당 사안도 향후 중국차 점유율 확대에 적잖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LPG 모델이 점유율을 확대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지만, 친환경 모델로 공략하는 중국차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상용차 외에도 올해부터는 중국산 승용 차종의 공략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BYD는 이미 승용 모델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BYD는 최근 서울 사무소를 설립하고 총판을 맡아줄 딜러사를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3월 말 개최되는 서울모빌리티쇼에서 데뷔를 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들이 본격적으로 판매되기 시작하면 위축된 저가차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나갈 수 있다. 이는 현대차가 미국 시장을 공략했던 패턴과도 매우 비슷해 영향력은 아주 빠르고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전기차처럼 기술적으로 같은 선상에서 출발하는 경우라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에 있는 중국은 매우 치명적이다.
KAMA는 “수요위축 확산에 대비한 노후차 교체 지원 등 내수 부양책 확대가 필요하고, 내연기관 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에 대비해야 한다”며 “전기차 생산시설 투자, 세액공제 확대 등 투자 지원과 미래차 전환 지원을 위한 미래차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