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은 지난 16일 티구안의 7인승 모델 올스페이스의 경유차 버전을 출시했다. 지난해 가솔린 모델을 내놓으면서 라인업에 디젤이 단종될 분위기였다. 일각에서는 기존 티구안 5인승 모델이 경유차로 판매되고 있었기 때문에 나아가 가솔린로 라인업을 구축할 공산이 크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BMW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7시리즈 라인업에 디젤 버전을 추가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도 함께 들어간다. 이로써 7시리즈는 가솔린·디젤 모델과 더불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i7이라는 순수전기차 버전으로 라인업을 완성했다.
시장 분위기와는 달리 수입 고급 차 브랜드에서는 여전히 경유차 판매도 꾸준히 유지하려는 의지다.
재규어와 랜드로버의 경우 디젤 버전이 대부분 모델 라인업에 포함돼 있다. D250, D300 등이 대표적이다. 선택지에서 고를 수가 있다.
스텔란티스코리아도 푸조·DS오토모빌에서 디젤 엔진 탑재 모델을 판매하고 있다. 포드에서도 내달 출시를 앞둔 레인저 모델을 디젤 버전으로 내놓는다.
포드 레인저를 제외한 미국차 브랜드는 디젤 판매를 모두 중단하긴 했다. 쉐보레, 캐딜락, 링컨이 모두 디젤 차량이 없다. 다만, 미국 차들은 애초부터 디젤 판매가 거의 없었다. 포드 레인저는 예외적으로 포드의 글로벌 전략에 따라 선택된 모델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디젤 버전이 판매되지 않는다.
이처럼 국가별 성향을 떠나면 내연기관 차의 판매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유럽 자동차 브랜드의 경우 그동안 디젤차에 집중한 만큼 한순간에 판매 중단을 할 수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전기차 개발에 필요한 비용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내연기관 차들의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쟁점이 된다.
실제로 지난 2019년 가솔린 차와 디젤 차의 판매 차종은 2019년 78.2:21.8에서 2020년 74.2:25.8%, 2021년 73.5:26.5%로 디젤차 개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 각종 규제와 연관해 판매량 자체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경유차 판매량은 총 35만616대로 전년(43만23대) 대비 18.5%가 감소했다. 2021년 역시 전년(59만5503대)보다 27.8%가 줄었다.
업계는 앞으로 10년이면 디젤차 판매가 사라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제조사와 정부가 발표한 공공연한 사실이다.
이미 정부는 압박에 들어갔다. 국내만 하더라도 현재 서울 사대문 내에는 5등급 경유차가 진입할 수 없도록 했다. 오는 2025년부터는 4등급으로, 2030년에는 서울 전역으로 규제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 인식도 이미 크게 달라지고 있다. 디젤이 차츰 설 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예고에 다들 바짝 긴장했기 때문이다. 판매량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울며 겨자 먹기로 디젤차 단종을 앞당겨야 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혼합적이었던 국산차 브랜드와 가솔린 위주의 미국차 브랜드는 디젤 차량을 빠르게 삭제하고 있지만, 수입차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유럽차들이 디젤차에 계속 의지할 경우 판매량이 지속해서 줄어들 것”이라며 “프리미엄 독일차의 경우 고부가가치 상품들이 많아 수익성은 따라주겠지만, 나머지 제조사들은 생존이 위태로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