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트랜드가 바뀌면서 고급차, 대형차 수요가 늘었다. 이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첨단 사양이 많이 들어간 럭셔리한 차, 좀 더 큰 차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흐름을 알아챈 것인지 천조국의 탱크 같은 차들이 국내 시장에 무섭게 몰려들어 오고 있다. 풀사이즈 SUV부터 픽업트럭까지 전략적 판매 공략을 짜놓고 있다. 올해는 미국차들의 선전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출시한 GMC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드날리 모델을 도화점으로 프리미엄으로 치중돼 있던 수입차 시장에 지각 변동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GMC 시에라 픽업은 출시하자마자 초도 물량이 완판됐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예고했다. 가격대를 비롯해 익숙하지 않은 크기의 차체로 볼륨 시장을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단적인 예로 파워트레인을 동일하게 사용하는 풀사이즈 SUV 쉐보레 타호가 들어왔을 때 국내 소비자들이 크게 동요하지 않았던 것을 들 수 있다.
쉐보레 타호는 국내 SUV 중에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크기를 자랑한다. 정통 아메리칸 SUV를 표방하면서 미국 문화에 로망을 가진 이들이 큰 수요를 이끌 것으로 생각했다. 지난해 4월 출시 이후 누적 판매량은 387대에 그쳤다.
물론, 시에라의 판매 볼륨이 크지는 않다. 정확한 대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략 100여대 가량이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출시를 알리자마자 완판이 됐다는 것은 그만큼 국내 고객들의 관심이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풀사이즈 차종 시장이 확대되며 자연스레 미국차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풀사이즈 차종은 미국 제조사들의 특권과도 같다. 유럽과 일본 등에서는 주변 환경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지 않은 차종이기 때문이다. 세금이나 고배기량에 따른 환경 문제도 걸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의외로 큰 차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기존에 인기를 독차지한 지프 브랜드를 비롯해 쉐보레, 그리고 포드와 새롭게 들어온 GMC까지 미국차 브랜드의 모델 라인업이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올해는 미국 차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을 예상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차들은 크게 세 개의 세력권으로 나눠볼 수 있다. 예상대로라면 다양한 라인업을 앞세우는 쉐보레·GMC·캐딜락 묶음, 상품성과 럭셔리 제품군을 전면에 내세우는 포드와 링컨, 그리고 국내 시장 오프로드 부문을 장악한 지프 브랜드가 함께 3파전을 펼친다.
쉐보레에서는 타호가 풀사이즈 SUV가 대항마인 포드의 익스페디션, 그리고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와 링컨 네비게이터가 매칭된다. 지프 브랜드에서는 국내 판매되고 있는 그랜드 체로키가 가장 큰 모델이지만, 이후 상위 레벨인 왜고니어가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면 이 틈에 끼어 제대로 된 브랜드별 삼각 구도를 갖출 수 있다.
중형급 픽업트럭에서는 쉐보레 콜로라도가 포드의 레인저와 지프 글래디에이터와 겨룬다. 아직 국내 풀사이즈 픽업트럭은 GMC 시에라밖에 없지만, 추후 포드에서 나오는 F-150이 직접적인 라이벌이 된다. 이 경쟁 구도는 이미 미국 본토에서도 똑같은 모습이다.
자동차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에 따르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 점유율은 지난 2015년 7.2%에서 2022년 상반기 10.7%를 기록하며 3.5%p가 증가했다. 일본차와는 점유율 바꿈을 한 셈인데, 일본차 점유율은 지난 2015년 11.9%에서 2022년 5.9%로 6.0%p가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