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보다 더 비싸게 팔리는 시대가 곧 현실로 다가올 예정이다. 전기차 가격은 내리고 내연기관 차 가격은 지속해서 오르면서 간극이 좁혀지는 상황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 분위기를 이끌고 있는 테슬라가 올해 들어 2번 연속 가격 인하를 감행했다. 한때 가격폭이 심하게 오른 탓도 있지만, 이번 가격 인하는 여느 때와는 달리 이목을 끈다. 최근 테슬라의 가격 정책 변화에 업계 완성차 제조사들도 바짝 긴장하고 있으면서도 어느 정도 행보를 따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 모델S와 모델X의 가격을 각각 5천달러(약 650만원), 1만달러(약 1300만원)씩 인하했다. 구체적으로는 모델S 기본형이 기존 가격에서 5.2% 인하한 8만9990달러로, 모델S 플레이드가 4.3% 내린 10만9990달러로 가격을 낮췄다. 테슬라 모델X의 경우 기본형과 고성능 버전의 가격을 각각 9.1%, 8.3% 내린 9만9990달러, 10만9990달러로 인하됐다.
테슬라는 지난 1월에도 가격을 조정한 바 있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분석들이 나오고 있지만, 경쟁사들에 비해 테슬라의 영업이익률이 높아 가격 인하에 나설 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현재 경쟁사들의 영업이익률은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대지만, 테슬라의 경우는 17%대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 선두를 지키고 있는 테슬라의 가격 변동은 다른 제조사의 가격 책정에도 큰 영양을 미치고 있다. 경쟁사들은 아직 수익성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처지다.
지난달에는 포드가 전기차 가격을 최대 8.8% 인하했다. 머스탱 마하-E는 트림별로 찻값이 최대 5900달러(약 760만원) 낮아졌다. 중국에서도 테슬라를 견제하고 있다. 중국 샤오펑은 중국 내 판매하고 있는 전기차 가격을 12.5% 내리기도 했다.
지난 3일 ’투자자의 날‘ 일론 머스크의 발표로 반값 전기차에 관한 소문들은 일단락됐지만, 향후 전기차 가격은 보조금 없이 내연기관 차와 견줄 수 있을 정도로 내리게 될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가격 경쟁 심화로 전기차 가격은 내려가겠지만, 현재로서는 테슬라가 시세를 결정짓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분위기다.
다른 한편에서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내연기관차의 가격 상승이다. 최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와 국토부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과 비교해 지난해 신차 가격은 평균 1200만원 차이를 보인다. 전기차를 비롯해 수입차와 SUV 등 고가 차량이 늘어난 것이 원인으로 내다봤다. 이는 해외 시장도 마찬가지다.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는 자동차 수요가 줄면서 제조사들은 고부가가치 차종에 집중하게 됐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공급 문제도 일부 겹쳐졌다. 시장은 고가의 스포츠카 브랜드로 꼽히는 포르쉐는 물론 페라리와 람보르기니, 롤스로이스까지 판매량이 급증한 데 반해, 경차 수준의 소형차들은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SUV 트랜드도 한몫을 했다. 전동화에 겹쳐지며 고급 차량에 더 많은 편의·안전장비들이 추가되면서 반도체 이용이 많아진 것도 일부 영향이 있었다. 한때 일부 차량에서 몇 가지 기능들을 제외한 채 출고되는 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지만, 내연기관차의 보급형 신모델 출시나 가격 인하는 찾아볼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