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수입차보다 적게 팔린 국내 완성차 기업으로 수모를 겪었던 르쌍쉐(르노코리아, 쌍용자동차, 한국지엠)의 행보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이들 세 기업은 지난 3월 전년 대비 평균 57.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 그리고 쉐보레 브랜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한국지엠의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독점적인 시장 체제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특히, 한국지엠의 실적이 크게 치솟았다. 지난달 출시한 글로벌 전략 모델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판매가 전체 실적에 큰 역할을 했다. 한국지엠은 내수보다는 수출 실적이 상당했다. 전체적으로는 64.3%가 증가했으며 해외 판매는 전년 동월 대비 84.2%가 증가한 총 3만9082대를 기록했다. 현재 창원공장 생산 캐파가 부족할 정도이며 미국 판매는 없어서 못 팔 정도라는 후문이다.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쌍용차도 토레스 효과를 이어갔다. 지난달 KG모빌리티 판매는 내수 시장에서 크게 요동쳤다. 작년 법정관리까지 가며 바닥을 쳤던 판매가 올해 들어 토레스 효과로 판도가 뒤집히며 기저효과를 톡톡히 봤다. 총 판매는 1만3679대를 기록했고 이중 내수에서는 8904대가 판매되며 역대급으로 선전했다. 수출도 36.7% 증가하며 활기찬 분위기를 이끌고 있다.
KG모빌리티는 특히 내수 시장에서 선전이 기대된다. KG모빌리티는 지난달 31일 개최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3종의 컨셉트카를 전시했다. 일반 쇼카가 아닌 양산을 목적에 두고 있는 KR10, O100, F100 모델 등이다. KR10은 코란도를 오마주한 헤리지티 차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O100는 토레스 전기차인 EVX를 기반으로 한 픽업트럭으로 개발될 예정이라 틈새시장의 기대를 한껏 모으고 있다. KG모빌리티는 세 차종의 출시 일정을 2025년까지 완료하겠다는 계획하에 있다. 가격 경쟁력에 전동화 모델까지 합류하고 있어 현대차·기아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것도 일부 전망으로 나온다.
4일 고양 킨텍스에서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023 모빌리티쇼 행사장 KG모빌리티 부스를 직접 찾아 곽재선 회장과 잠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KG모빌리티에서 새로 나오는 차들에 관해 관심을 비치기도 했는데, 그만큼 새로 부흥하는 KG모빌리티의 경쟁력을 직접 확인해보려고 한 행보일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동안 선복난에 허덕였던 르노코리아도 수출 회복세에 들어섰다. 판매 실적은 50.1% 증가했다. 내수는 비록 감소하고 있는 추세지만, 수출에서는 아직 XM3와 QM6가 판매량을 견인하고 있다. 게다가 르노코리아는 한국지엠과 마찬가지로 내년에 글로벌 전략 모델 출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의 차량 가격이 평균적으로 오르고 있는 만큼 경쟁력 있는 모델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새로운 모델은 수출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 판매 신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