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개막한 ‘2023 서울모빌리티쇼’는 10일간 대장정의 정점에 다다랐다.
일반 공개 이후 행사 절반쯤에 와 있는 3일 기준으로 관람객은 19만 명에 이르렀다. 여느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새로운 수장과 더불어 새로운 전시회의 모습으로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초 서울모터쇼가 개최됐을 당시에는 약 100만 명의 관람객이 방문하며 ‘국제’ 행사라는 명성에 걸맞게 진행됐다.
완성차 5개사를 비롯해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들이 참석했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가득했다. 관람객들은 지방에서도 모두 모여들며 명실공히 지역 최고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조직위 내부에서 이런저런 문제점들이 드러나며 행사 규모가 축소되기 시작했고, 참가 업체들도 줄어들었다. 자연스레 관람객들도 감소했다.
특히 볼거리를 많이 제공했던 수입차 업체들은 국내 사업장 규모도 크지 않고 비용 면에서 부담이 되는 모터쇼에서 더 이상 홍보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판단해 불참을 선언하는 경우가 잦아지게 됐다.
상황이 악화되자 ‘서울모터쇼’ 조직위는 한때 관람객 수 조작 사실까지 밝혀지며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본의 아니게 최악의 상황까지 맞이하게 됐다. 당시 정부지침에 따라 거리두기 제한까지 겹쳐지며 2021년 지난 회에는 약 20만 관람객에 그쳤다.
이런 분위기는 전 세계적이었다. 세계 5대 모터쇼로 불리는 시카고, LA, 뉴욕, 파리,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등이 모두 연기 혹은 행사를 취소했다. 격년으로 치러지고 있는 부산모터쇼도 코로나 때 행사를 취소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모터쇼가 사라지고 새로운 풍토가 생겨날 것이라고 예견했다. CES와 같이 산업의 여러 분야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행사를 의미했다. 이런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서울에서 치러지는 올해 모터쇼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지난 회보다 2배 큰 전시장 규모에 참가 업체도 늘었다. 자동차 전시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모빌리티 산업을 융복합적으로 아우르는 ‘모빌리티쇼’로 거듭나겠다고 한 것이 유효했다. 4개 국산차 브랜드, 4개의 수입차, 그리고 2개의 신규 브랜드가 총 21가지 월드프리미어, 아시아프리미어 신차들을 전시했다.
아직 초기 때의 모습을 되찾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확실히 볼거리가 많아졌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두 번의 주말을 끼고 있는 이번 모빌리티쇼는 4일 기준 이미 지난해 총 관람객 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팬데믹이 해제되고 볼거리가 필요한 관람객들이 몰리는 것도 있을 것이며, 이전과 달리 자동차 산업이 전동화 전환기에 들어섰기 때문에 변화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편으로는 2023 서울모빌리티쇼 주최 측인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강남훈 신임회장의 역할이 기대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모터쇼에서 모빌리티쇼로의 전환은 2021년 지난 회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이미 전시회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모빌리티쇼로 바뀌었는지조차 모를 정도였다.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KAMA의 18대 회장으로 새로 취임했다. 그는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정책과장, 지식경제부 에너지 정책관, 대통령 지식경제비서관 등 주요 보직을 거쳐 한국산업단지공단 이사장, 한국에너지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취임 당시에는 전문 분야인 자동차에 관한 이해도가 낮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지만, 이번 전시회 성과는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목적성을 띠고 있어 여러 분야에서 경험이 많은 강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일부 분석으로 나오고 있다.
이번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는 SK텔레콤은 물론 KAIST와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보틱스 관련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현대차에서도 사업을 확장한 자율주행 서비스 로봇 등을 선보이며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고 있다.
자동차 분야는 아니지만, 모빌리티로 먹거리를 찾고 있는 행보다. 물론, 지난 회에서도 자동차 이외 다른 분야가 전시회에 참석하기는 했지만, 큰 이목을 끌지 못했다.
강 회장은 언론을 통해 “이번 서울모빌리티쇼는 참가 업체 중 SKT의 경우 통신업체이지만 도심항공모빌리티(UAM)를 다루는 등 종전의 자동차 중심 행사에서 모빌리티 전반을 아우르는 행사로 만들고 있다"며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한 각종 세미나와 기술 교류 등과 관련된 모임도 다수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자동차인들의 축제로 전시 목적인 B2C에 치중했다면, 이제부터는 B2B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미국의 CES와 비슷한 성격의 이벤트로 거듭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업계 소식에 따르면 협회는 자동차 산업의 확장성 등 미래차 시대 변화를 반영해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로 명칭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오는 5월 자동차의 날을 맞아 새 명칭과 비전을 공식 선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