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들도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듯 자동차도 때에 따라 인기도가 달라진다. 여름철에는 회색 등 무채색 계열이 선호가 높고 겨울철에는 짙은 색상을 많이 찾는다. 눈이 자주 오면 사륜구동이 많이 팔리고 날씨가 더워지면 통풍 시트가 달린 차만 찾는다. 낮과 밤에 따라 자동차의 이미지가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밤에는 검정 차가 작아 보이는 경향이 있고 반대로 낮에는 차가 커 보이는 효과가 있다. 같은 맥락으로 캠핑 시즌이 되면 SUV가 많이 팔린다.
계절별로 자동차 구매자들의 심리를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중고차 판매 지수다. 최근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고차 실거래 대수는 총 23만2122대로 전월대비 13.1%가 증가했다. 연초인 1월에는 18만8403대가 판매돼 지난달과 큰 차이를 보였으며, 코로나로 소비 위축이 심각했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15.6%가 증가했다. 외부적 환경 요인과 더불어 날씨가 따뜻해지는 봄철에 소비가 늘어난다는 뜻이다. 중고차는 물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봄에는 신차들도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다. 그중에서 캠핑에 최적인 차들을 고를 수도 있다.
한동안 침체된 분위기에 빠져 있던 한국지엠에서 신모델을 내놓고 최고의 인기를 만끽하고 있다. 최근 트랙스가 화제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트레일블레이저 이후 한국지엠이 처음으로 내놓는 국산 모델이다. 국내 라인업에서는 트레일블레이저 아래 엔트리급으로 포지셔닝을 했다. 비록 막내 모델이지만, 트레일블레이저보다 큰 차체를 자랑한다. 후방에 쿠페형 실루엣을 보여주며 크로스오버라는 명칭을 달았지만, 실용성은 놓치지 않았다. 기존 트랙스 SUV 대비 지상고가 조금 낮아졌고 대신 휠베이스를 늘려 승차감과 공간 활용성을 얻었다. 최신 유행에 걸맞게 2열 좌석은 6대4로 분할 폴딩되고 평탄화에도 용이할 만큼 깔끔하게 뉘어진다.
올해 신차가 없는 르노코리아에서는 자체적으로 QM6를 살짝 손본 ‘QM6 퀘스트’ 모델을 론칭했다. 2열 좌석을 떼어내고 트렁크를 넓힌 모습이다. 원래 카고 모델이 목적이었지만, 캠핑이나 레저에 더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전개했다. 평탄화 작업이 따로 필요 없고 여러 가지 많은 짐을 걱정 없이 실을 수 있고 가격도 기존 QM6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만날 수 있다.
EV9도 출격 대기 중이다. 얼마 전 공개된 EV9은 출시를 곧 앞두고 있는데, 만약 인도가 늦어진다면 가을 캠핑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캠핑 혹은 차박을 즐기기에 최적인 차로 전기차가 꼽히기도 한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만 제외하면 오지에서 필요한 전기를 얼마든지 끌어쓸 수 있느니 장점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현대자동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했던 터라 내부 공간은 확실히 잘 빠졌다. 심지어 오피스에 있는 라운지 테이블처럼 2열 좌석이 180도 회전하는 모습도 구경할 수 있다.
항상 신차만 많이 팔리는 건 아니다. 경차 레이는 가볍게 떠나는 차크닉 등의 라이트한 캠핑 문화에도 적잖이 기여를 했다. 레이를 용도 변경해 캠핑카로 제작 판매하는 사업도 생겼을 정도다. 깜찍하고 귀여운 이미지의 레이는 독창성과 실용성에서도 역할이 크다. 슬라이딩 도어는 자연을 만끽할 수 있도록 최대의 개방감을 선사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짐을 실을 때 등에는 편안함을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