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가격 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잦은 가격인상은 물론 가격인하까지 업계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8일 현지시각 미국 테슬라에 따르면 회사는 모델 S와 모델 Y의 가격을 전달보다 5000달러(약 664만원) 인하해 각각 8만4990달러(약 1억1210만원), 9만4990달러(약 1억2530만원)로 변경됐다고 알렸다. 이외에도 하위 등급인 모델 Y의 경우 2000달러(약 264만원)이 내렸고 엔트리 모델인 모델 3의 경우는 1000달러(약 132만원)를 낮췄다. 이번에만 2~6% 이하분인데, 올해 들어 벌써 5번째 가격인하다. 올해 전체로 따지면 모델 3는 11%, 모델 Y는 20%가 낮아졌다.
테슬라 가격 정책은 다른 자동차 브랜드 가격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포드가 대표적이다. 포드는 올해 초 전기차 머스탱 마하-E 모델을 최대 5900달러(약 740만원), 트림별 평균 4500달러를 낮췄다. 포드는 지난해 미국에서 7.6% 전기차 점유율로 시장 2위를 달성했다. 포드의 가격 변화는 IRA의 영향도 있지만, 세부적으로 본다면 테슬라를 겨냥한 행보였다는 게 업계 해석이다.
또 다른 완성차 업체인 리비안은 테슬라를 따라 가격조정을 하다 자금 압박이 시달리고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들이야 가솔린, 디젤차 판매를 통해 현상유지가 되겠지만 아직 수익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인 리비안은 전기차 선두 업체인 테슬라가 가격을 내리니 점유율을 유지하고자 이익률 저하를 감수하고 나선 화근이 됐다.
테슬라는 지난해 국내에서만 5번이 넘는 가격인상을 감행했다. 반도체 수급 어려움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원자재 가격 폭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올해 가격인하 이유를 들어보면 그 설득력을 잃는다. 올해 가격인하 배경은 국내 보조금 정책과 더불어 지난해 소폭 떨어진 판매량에 따른 재고떨이로 분석되고 있다.
통상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회사는 지금까지 차량 가격을 모델 부분변경이나, 연식변경 때 인상하는 것이 정설이었으나, 테슬라는 시장 여건에 맞추거나 예측 불가능한 패턴으로 가격을 변경하고 있는 상황이고 포드 등 내연기관차 업체들은 테슬라의 기습적인 가격 변동에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인상 폭에도 여론이 불거지지만, 가격인하가 더 큰 문제로 거론된다. 테슬라의 차량 가격이 오르는 만큼 시장 가격이 형성되는데, 완성차 입장에서는 한번 올린 차량 가격을 다시 내리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일부 완성차는 전기차 가격을 조정하고 있지만, 테슬라처럼 가격 변동을 자유롭게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가 차량의 가격을 결정짓는 기준점이 되고 경쟁력의 차이를 만들어 내고 있는 셈이다.
그 배경으로는 테슬라가 다른 업체들에 비해 제품 판매 마진이 크다는 점이 꼽힌다. 자동차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는 토요타가 10%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테슬라는 지난해 16.8%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추가 가격인하 여지가 남아 있다. 테슬라 모델 3의 경우 33%의 마진에 달한다. 낮은 제조원가 덕분이다.
게다가 테슬라는 지난해 이미 차량 가격을 많이 올려놓은 상태다. 지난 2년간 국내에서 판매된 테슬라 모델 3 기본형 모델의 가격을 살펴보면 2021년 초 5479만원이던 것이 지난해 6월에는 7034만원까지 올랐다. 올해 1월에는 가격인하로 6434만원까지 내려갔으며, 지금 주문할 시 5999만원에 구입이 가능하다. 애초 가격보다는 520만원이 여전히 높다. 이런 가격 변화 추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부분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