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은 물론 1분기 실적에서 국내 완성차들은 모두 함박웃음을 지었다. KG그룹에 안긴 쌍용차는 토레스 효과로, 글로벌 시장에서 오더가 넘쳐난 GM 한국 사업장도 축포를 터트렸다. 분위기가 처진 곳은 르노코리아자동차 밖에 없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지난 1분기 현대차는 100만대를 돌파했고 기아는 10년만에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GM 한국 사업장의 1분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7.4%가 늘어나며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KG모빌리티는 50.8%가 크게 증가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지난 1분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8%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XM3 하이브리드 수출로 상승세를 타던 르노코리아는 수출 선주를 구하기 힘들어 선적 물량이 대폭 감소하면서 발목이 잡혔다. 한국지엠과 KG모빌리티는 컨테이너에 실어나르는 등 임시방편을 마련해 수출을 이어갔지만, 르노코리아는 본사의 지침에 따라 기존 방법을 고수했던 것이 선적 물량 감소의 원인이 됐다.
이와 더불어 업계에서 보는 르노코리아의 올해 전망은 어둡다. 이렇다할 신차 출시가 없어서다. 르노코리아는 올해 1분기 QM6를 화물차로 용도 변경한 QM6 퀘스트 밖에 내놓지 못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올해 말까지 신차 계획이 없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만 넘기면 반등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것이 르노코리아의 전망이다. 2024년 야심차게 준비한 모델로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
업계 역시 르노코리아가 내년에 내놓을 신차에 대해 기대가 크다. 내년에 나올 신차는 프로젝트 오로라(가칭)라는 이름하에 르노코리아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게 되는 차량이며, 글로벌 전략 판매 모델이다. 이 차가 나올 때면 지난 토레스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누렸던 분위기를 고스란히 가져올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다.
르노그룹과 중국의 지리자동차가 협업을 통해 개발되는 프로젝트로 지난해 말 루카 데 메오 르노그룹회장이 방한한 뒤 해당 모델로 추정되는 티저 이미지가 공개돼 화제가 됐다. 패스트백 준대형급 모델로 지리자동차가 볼보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CMA 플랫폼을 공유하고 르노는 모터스포츠에서 축적한 기술력의 핵심인 E-테크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내놓을 것이라는 게 가장 설득력 있는 전망이다.
이 차의 또 하나 특징은 스타일이다. 차체 크기가 준대형급으로 현재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진입하게 되지만, 티저 이미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이 차는 패스트백 스타일로 BMW X6, 벤츠 GLE 쿠페, 아우디 Q8 등과 경쟁할 수 있다. 일반 브랜드에서는 준대형급에서 패스트백 스타일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XM3 역시 이 같은 방식으로 소형급에서 우위를 차지했다.
일각에서는 QM6와 시장 파이를 나눠가지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LPG를 주력으로 하는 QM6와는 파워트레인에서도 차별화를 둘 것이라는 예상이다.
수입 모델이 빠지고 있긴 하지만 투트랙 전략도 완전히 배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유력한 차는 르노그룹 계열 브랜드이자 스포츠카를 주력으로 내놓는 알핀의 A110 모델이다.
루카 데 메오 회장이 방한했을 당시, 알핀의 수입 의향에 대해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는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를 분석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앞서 지난해 파리모터쇼에서 알핀의 로랑 로씨 CEO가 밝힌 내용도 근거가 되고 있다. 그는 국내 한 자동차 전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시장 진출은 물론 부산 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르노그룹은 현재 르노코리아를 전기차 생산 거점으로 개발할 계획도 염두에 두고 있다. 전기차 보호 무역을 둘러싼 글로벌 긴장 상태가 풀리면 르노그룹의 전략에도 속도가 붙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