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트렌드가 돌풍을 일으키며 세단에서 SUV, 그리고 SUV에서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자동차 구매 고객 선호도가 옮겨가고 있다. 픽업트럭도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픽업트럭 시장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짐차로 취급받던 픽업트럭이 틈새시장을 공략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 여기에는 수입차 브랜드의 행보가 눈에 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기점으로 수입 픽업트럭들이 대거 도입됐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에는 신규 브랜드인 GMC가 시장에 진출했고 풀사이즈 픽업트럭인 시에라 드날리를 내놨다. 포드코리아 역시 레인저 모델을 내놨다. 오프로드를 지향하는 지프 브랜드에서도 픽업트럭 모델인 글레디에이터를 라인업에 합류시키고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국내 판매되고 있는 레저용 픽업트럭은 총 5종이다.
눈에 띄는 브랜드는, 최근 판매를 시작한 GMC다. GMC의 시에라 모델은 출시 이틀 만에 첫 선적 물량 100대가 완판됐으며, 이후 빠른 물량 확보를 통해 3월까지 126대가 판매된 바 있다. GM의 한국 사업장은 니치마켓 내 지속적인 수요를 확인한 만큼, 계약 고객의 빠른 인도를 위한 선제적 물량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픽업 전문 브랜드인 GMC를 도입했다는 것은 향후 라인업을 확장까지도 점쳐볼 수 있다. 시장 반응에 따라 다양한 모델이 수입될 가능성이 있다.
GM이 시에라를 출시하며 설정한 타깃층은 40대 남성 사업가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는 중소기업의 대표, 혹은 의사나 변호사 등의 전문직에 종사하고 있으면서도 휴일에는 인디언, 할리데이비슨 등의 고급 모터사이클을 타고 교외로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이다. 조금 더 넓은 범위로 본다면 요트 등 모든 레저를 즐기는 다양한 이들까지 포함한다.
이들 수입 픽업들은 단순히 라인업 확대를 위한 구색 맞추기가 아니라 실제 판매 실적에서 영향을 미친다. 차량 관련 데이터를 수집·연구하는 카이즈유에 따르면 지난해는 2만9685대로 10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31.4%가 증가했다. 코로나가 터지기 바로 직전인 2019년에는 4만2000대 이상을 판매해 최고점을 찍었다. 당시 판매 차종은 렉스턴 스포츠와 쉐보레 콜로라도밖에 없었다. 픽업트럭 시장의 잠재력이 확인되는 부분이며, 다양성이 보장된다면 판매량은 얼마든지 높아질 수 있다. 장기적으로 내다본다면 SUV 시장 점유율까지 일정 부분 가져갈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할만한 부분은 픽업트럭 부문에서 국산은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의 렉스턴 스포츠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내 픽업트럭 시장은 렉스턴 스포츠 이외 국산은 없었다. 10년 새 4종의 픽업트럭이 들어왔으며 증가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거침없이 도입되고 있는 수입 픽업들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국산 픽업도 힘을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2021년 8월 미국 시장 전용 전략형 픽업트럭인 싼타크루즈를 출시한 바 있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우기도 했고 틈새시장이었던 소형 픽업 시장을 공략해 적잖은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싼타크루즈의 미국 판매량은 현재까지 누적 3만대를 돌파했다. 다만, 지금까지는 국내 판매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생산 자체를 미국 앨라배마에서 하고 있을뿐더러 시장 규모 면에서 미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서다.
기아 역시 픽업트럭을 계획하고 있다. 내수 시장에서도 기대가 큰 편이다. 떠도는 소문에 따르면 개발에 들어간 모델은 모하비 기반의 중형 픽업트럭이다. 개발 코드명이 확정된 상태며, 전기차 버전 등 라인업 구축은 물론 생산 공장 역시 확정된 상태라고 한다. 싼타크루즈와는 달리 기아 픽업트럭은 미국 조지아주 공장 이외에도 국내 화성 오토랜드에서 생산 가능성이 점쳐졌다. 추측은 얼마 전 기아가 발표한 PBV(목적기반차) 생산 공장 신설과 연결된다. EV9을 비롯해 이후 E-GMP 플랫폼을 활용한 다양한 전기차 계획 중에 픽업트럭 버전이 포함돼 있을 수 가능성이 있다.
한편, KG모빌리티도 토레스 기반 전기 픽업트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 선보인 O100 컨셉트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