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아는 성수동에 EV 언플러그드 그라운드를 오픈하면서 SDV 미래 모빌리티의 청사진을 공개했다. 자율주행으로 가는 단계를 조금 더 세분화하고 접근 가능한 기술들을 선보여 나가겠다는 의지다.
자동차는 이제 스마트폰처럼 획일화되어 가는 추세다. 물리적 버튼이 없어지고 모든 기능이 화면에서 작동하게 된다. 타블렛처럼 홈버튼을 두고 복잡한 기능을 직관성 있게 정리하는 과정에 있다. 공조기라든지 볼륨 조절까지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작동이 가능하도록 하고 간혹 터치로 구현이 쉽지 않은 기능은 음성인식이나 제스쳐 등으로 대안을 마련하고 있기도 하다.
기아가 이번 EV9에서 선보이는 것 중 하나는 FoD(Feature of Demand)로 스마트폰에서 앱을 내려받아 사용하듯이 고객이 원하는 사양을 OTA(Over the Air, 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다운받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가장 대표적인 기능이 EV9의 전면 시그널 램프 디자인이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2가지 그래픽 이외 5가지 그래픽을 추가로 구독 혹은 구매해 차량 하드웨어에 적용·구현할 수 있다.
하드웨어의 기술적 발전 단계는 어느 정도 단계에 올랐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음 단계는 이런 하드웨어를 어떻게 활용할 지다. 이 부분을 새로운 아이디어가 응용되는 소프트웨어가 담당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MB.OS라는 자체 운영 체제를 개발하고 있다. 현행 MBUX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대체하며 오는 2025년부터 신차에 탑재가 될 예정이다. MB.OS는 게임업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3D 개발 플랫폼 유니티(Unity)를 기반으로 해 조작 및 상호작용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음성인식의 정확성과 상호 소통 능력을 강화한다는 게 핵심이다. 일명 ‘스타 아바타’로 불리는데, 탑승자로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업그레이드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주행 중 친환경 운전법을 안내한다던가, 음성인식률이 높아진 AI와 친구처럼 대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역시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위해 OTA가 필요하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적시적소에서 최신상태로 유지할 수 있게 된다.
글로벌 톱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도 SDV 개발에 비중을 높이는 중이다. 대표적인 것이 자체 개발 소프트웨어 ‘아린(Arene)’이다. 전동화에 늦은 듯했지만, 방향이 달랐을 뿐이다.
그 중심에 토요타의 차량용 OS인 아린이 있다. 아린은 차량의 지능을 가속화하는 소프트웨어로 인식되며 사람과 자동차, 그리고 사회를 연결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우븐 시티라는 실증 지역을 설정하고 모두가 연결된 상태에서 자율주행 환경을 만들어가겠다는 기본 개념을 설명한다. 전기차뿐만 아니라 해당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차종은 모두가 연결돼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한다.
토요타는 이를 위해 소프트웨어 전문 자회사 우븐 플래닛을 설립했고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앞으로 내놓는 모든 신차를 무선으로 업데이트가 되는 SDV로 대체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신년사에서 SDV의 중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관건은 얼마나 속도를 낼 수 있을지다. 한국은 IT강국, 자동차 강국으로 불려왔지만, 소프트웨어 개발 부문에서는 항상 뒤처져 왔다. 자동차 역시 하드웨어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해왔지만, 전동화 혹은 미래 모빌리티 사회에서는 전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일부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