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공장에는 남다른 것이 있다. 품질은 절대적인 가치가 있고 노사가 이를 공유하고 있다. 삼성으로부터 이어받은 유전자적인 특징이 있다. 바로 ‘품질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다’는 것. 품질에 대해서는 모든 가치를 공유한다. 그런 좋은 정신이 르노코리아 작업자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모두 녹아 있다.”
지난 17일 르노코리아자동차는 기자단을 이끌고 부산공장을 향했다. 그리고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이해진 제조 본부장은 브리핑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의 브리핑에서 여러 번 ‘품질’이라는 단어가 나왔다. 위기에 굴하지 않고 자부심만은 지켜왔다는 뜻이다. 짧은 연혁이지만, 르노코리아에게 위기는 몇 번이나 찾아왔다. 관심받는 기업이라면 굴곡이 있는 건 당연하다. 올해는 르노코리아에게 터닝포인트가 될 중요한 시점일 수도 있다. 벌써 그 흐름을 타고 있다. 한참을 뜸들여 온 오로라 프로젝트가 내년이면 수면 위로 떠 오를 것이고 새로운 르노코리아의 시작을 알리게 될지도 모른다.
이 본부장은 부산공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그중에서도 유연한 생산 라인을 꼽는다. 혼류생산 역량은 글로벌 어느 곳에 내어놔도 우수하다. 이런 역량은 품질에 대한 자부심으로 다시 이어진다. 전 세계 21개의 르노 공장 중에서도 부산공장은 품질 1~2순위, 생산량 3~5위를 놓치지 않았다. 반도체난 선복난에 단가가 높아지더라도 르노가 부산을 지속해서 찾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본부장은 품질만이 살 길이라고 말한다. 그는 좋은 공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좋은 공장은 관리가 잘 돼야 한다. 자동화는 투자만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다기능 작업자 즉, 인적 자원을 통해 생산 라인을 제대로 관리 하는 것이 경쟁력을 갖추는 비결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의 불량률은 모든 르노 공장 중에서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그렇다고 자동화율이 미흡하다는 것도 아니다. 용접과 도장 등, 그리고 블록과 키트 등의 이동이 모두 자동화를 이루고 있다. 이 역시 작업자들의 안전과 효율성을 고려한 선택이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면 AGV(Automated Guided Vehicle, 무인운반차)들이 부산하게 돌아다닌다. 예전에는 지게차가 하던 일을 기계가 대신하고 있다. 엔진 공장에서는 여섯 가지의 엔진 부품을 실어나르고 스템프 공장에 들어서면, 블랭크 시트와 금형 중인 패널들이 이동한다. 특히 눈에 들어온 것은 조립공장에 있던 ‘키팅 시스템(Kitting System)’이다. 자동차의 꽃이라고 부르는 조립 공장에 들어가면 AGV에 이끌려 가는 팔레트들을 볼 수 있다. 이 팔레트에는 자동차 한 대 분 부품 즉, 작업자들이 한 차량에서 조립해야 할 부품들만이 담겨 옮겨진다. 이동시간을 아끼고 실수를 줄이려는 방법이다. 여기서 시간을 벌고 최저의 불량률을 줄이기 위해 300%의 자동화 검사를 시행한다.
르노코리아는 지난해 11만7020대를 수출했다. 성장세를 타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대에 미치지는 못했다. 하반기부터는 자동차 전용선 용선료가 급등해 선적 물량이 줄어서다. 부산공장은 빠른 대책을 마련했다. 바로 컨테이너 선적이다. 컨테이너 선적은 기존 전용선 선적에 비해 비용이 비싼 편이다. 하지만, 현재 전용선 용선료가 두 배 이상 급증한 이상 오히려 10%가량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이선희 선적 관리 담당자는 “예상했던 것보다 전용선 확보가 어렵고 선복난은 장시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당분간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는 현재 10% 정도로 할당하고 있는 컨테이너 선적을 차츰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자동차 전용선 선복난은 대부분 완성차 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다. KG 모빌리티 역시 컨테이너 선적을 선택하고 있다. 다만, 조선 현황을 지속해서 예의주시하고 적절하게 대처해 나가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컨테이너 선적은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당장 결과를 도출하기는 힘들겠지만, 효과는 올 연말에 나올 것으로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차량은 철저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40피트 컨테이너 한 개에 차량 3대를 적재하는 수단을 취했다. 차량을 컨테이너 안에 배치하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가 소요된다. 20도 각도의 레일을 깔고 두 번째 차량이 비스듬하게 서는 방식이다. 지리적 이점도 한몫을 한다. 부산 신항과 공장과의 거리는 10km 이내로 수송에 부담이 없다.
르노코리아는 원가 절감에서 더 나은 경쟁력을 얻으려고 한다. 공장 프로세스에서 효율성을 이뤄낸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차량의 가격에 영향을 미치진 못하지만, 전동화 전환 시점에 믹스 제품 생산 능력을 갖췄다는 것은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부산공장에는 배터리 조립공장도 마련돼 있다. 지금은 하이브리드 탑재용 배터리를 조립하고 있지만 향후 순수전기차를 위한 라인도 갖춰질 전망이다. 아직 확정된 사실은 아니지만, 배터리 라인은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두고 있다.
이러한 르노코리아의 경쟁력은 노사가 한마음이 된다는 전제에서다. 여러 가지 차량을 한 라인에서 다 뽑아낸다는 것이 양과 질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껏 받아온 높은 품질 평가 지수, 높은 고객 평가 지수 등 갖은 평가 지수들이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이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