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2일 사전계약을 시작해 8영업일만에 1만대 돌파하며 기염을 토했던 EV9에 출고 난항이 예상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E-GMP 위에 올라가는 첫 대형 순수전기 SUV에 관심이 쏠리며 사전계약이 몰렸지만, 초기 품질 관련 숙련도, HDP 탑재 불확실성, 그리고 노조 파업까지 겹쳐져 생산이 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우선, 초기 품질 관련해서 기아는 조금 더 신중한 자세다. 앞서 현대차에서 그랜저 모델이 서둘러 출고해 결함 건수가 다수 등록된 바 있어서다. 기아는 브랜드에서 내놓는 두 번째 순수전기차인만큼 만반에 준비를 다해 출고를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 EV9은 기존에 없던 첨단 기술을 도입하는 등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하는 모델이다. 특히, 하드웨어 쪽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전면적으로 달라진다. SDV(Software Defined Vehicle)의 시작을 알리는 만큼 기술적으로 조금 더 난도가 높은 숙련도가 작업자들에게 요구된다. 이에 따라 테스트 과정 등 평소보다 작업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HDP(Highway Driving Pilot, 고속도로 자율주행 기능)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기아는 레벨 3 수준의 EV9 자율주행 예시를 보여주는 TV 광고까지 방영 중이다. 다만, 제네시스 브랜드 플래그십 모델인 G90에 도입하기로 했던 관련 기술이 연기된 상황에서 EV9에 당장 적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만약, 이제 곧 출고될 EV9에 서둘러 HDP가 들어가게 된다면 불량률은 물론, 생산 지체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무리하게 생산을 감행하면 리콜 사태까지도 벌어질 수 있다.
이에 따라 기아는 HDP 기능이 탑재된 EV9 GT라인을 일반형 모델보다 3개월 늦은 오는 9월로 확정했다. 업계에 따르면 EV9 GT 모델 출고는 연기가 확정됐지만, 일반형 모델 출고는 내달 13일로 기존대로 진행한다. GT 라인이라고 하더라도 HDP 옵션을 포함하지 않는다면 7월부터 인도를 받을 수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노조까지 파업을 예고했다. 기아 노조는 오는 31일 전국금속노조 총파업에 돌입한다. EV9 공식 출시가 한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라 업계는 생산 지연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 파업에서 노조는 윤석열 정권 퇴진을 요구할 예정이다. 앞서 “노동개악 저지, 공안 탄압 중단, 노조법 개정 등 산적한 과제를 묻는 설문에서 조합원은 정권 심판이 최우선 목표라고 답했다”며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
업계는 기아가 판매 호조와 적체 물량 해소를 위해 국내외 공장을 풀가동 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총파업에 따른 생산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기아 국내 공장과 미국 조지아 공장의 올해 1분기 가동률은 각각 107.3%와, 101.9%였다. 전년 동기보다 19.5%p, 17.5%p 상승한 수치다. 특히, 기아는 내달 EV9 출시를 앞두고 있어서 타격은 더 클 수 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 지부는 “조선·철강이 5.31 총파업에 불참하기로 했고 완성차지부도 현대차와 기아를 제외하면 실현이 불가능한 사안”이라며 “20만 금속노조 총파업 이전에 대오 정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