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 브랜드들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공백기를 깬 한국토요타와 혼다코리아는 다수의 신차나 새로운 판매망 구축 등을 마련하며 시장 복귀전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이다.
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중 노재팬 여파로 움츠려 있던 일본차 브랜드들이 최근 새로운 시도들을 해가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그중에서도 한국토요타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글로벌 토요타는 지금까지와는 사뭇 다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전동화 시대를 맞아 독자적인 행보로 보폭을 좁히려고 한다. 하이브리드 중심 전동화 모델을 확대해 나가 최종적으로는 탄소중립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이는 지난 1월 사토 코지 사장이 도요타 아키오 회장으로부터 CEO 자리를 이어받으며 시작된 변화다. 이 시기와 맞물려 한국토요타에도 콘야마 마나부 신임 대표가 새로 부임해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토요타도 새로운 토요타의 전략에 동참한다. 코로나 기간 2년 동안 이렇다 할 신차가 없었지만, 올해는 총 8종의 신차를 쏟아낼 계획이다. 그들의 핵심 키워드는 ‘멀티 패스웨이(Multi Pathway)’다. 각 로컬 시장의 니즈에 맞춰 다양한 차종을 도입하겠다는 의미다. 행보도 빠르다. 이미 2종의 매력적인 차를 선보였으며 내달부터 쉼 없이 신차 행진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첫 번째 모델은 라브4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다. 지난 2월 국내 출시를 알렸다. 라브4 PHEV는 배터리·모터만으로 63km를 달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서울 및 수도권 출퇴근 고객이라면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 가격 대비 주행 거리가 가장 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로 꼽힌다.
이달 5일에는 토요타 브랜드 대표 플래그십 모델인 16세대 크라운이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이번에 공개된 크라운은 차의 바디 스타일에 얽매이지 않고 세단과 SUV의 장점을 공유하는 크로스오버 모델로 돌아왔다. 글로벌 시장 전략 모델로 토요타의 기대가 크다. 신선한 시도는 그동안 일본 내수 시장용 플래그십었던 모델을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이외 토요타코리아는 준대형 SUV인 하이랜더 HEV, 프리미엄 미니밴 알파드 HEV, 5세대 프리우스 PHEV, 그리고 브랜드의 첫 순수 전기차 bZ4X의 출격 준비를 마쳤다. 렉서스는 올해 RX, RZ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판매량에서도 달라진 모습이다. 렉서스는 올해 5월까지 누적 판매는 432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2410대)과 비교해 72.3% 증가한 실적을 달성했다. 수입차 판매 순위에서는 폭스바겐을 제치고 5위에 올랐으며, 3위와 4위를 차지한 아우디와 볼보를 바짝 뒤쫓고 있다. 토요타 역시 지난해 10위권 밖에서 올해 8위까지 단숨에 올라왔다.
혼다코리아도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신년사에서 발표했던 ‘온라인 자동차 판매’를 지난달부터 개시한 것. 다만 실적 저조가 심각한 상황이다. 라인업 결핍과 새로운 판매 시스템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이 만연해서인 것으로 분석된다. 혼다코리아의 올해 누적 판매량은 356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33대를 판매한 것과는 극명한 차이다.
혼다코리아는 현재 세단 어코드, 미니밴 오디세이, 그리고 최근 출시한 CR-V가 판매 차종 전부다. 하반기 신형 어코드와 대형 SUV 파일럿이 출시 예고돼 있지만, 이미 판매 실적은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 이번 CR-V는 풀체인지를 이뤘고 글로벌 전략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공식 출시 행사 없이 판매를 시작했다. 통상 브랜드에서는 신차 출시 때 거창한 행사를 하기 마련이다. 약식으로 신차를 출시하는 경우는 연식변경일 때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각에서는 혼다 자동차 부문 역시 닛산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