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를 제외한 수입차들이 최근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대중적 브랜드인 폭스바겐을 비롯해 지프, 포드, 혼다 등이 기대 실적에 못 미쳤다. 수입차 시장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하게 작용하는 분위기인 데다가 국산차의 품질이 상당폭 개선됐기 때문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대중적 브랜드들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대중적 브랜드로 가장 잘 알려진 폭스바겐은 2021년 1만4364대, 지난해에는 1만5791대를 판매했다. 소폭 상승했지만,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은 2702대에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403대가 판매돼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6월 실적은 아직 공개 전이지만, 2분기 판매량을 높게 짐작해 보더라도 여전히 지난해 실적에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프 브랜드도 상황은 크게 낫지 않다. 지프의 경우는 오프로드 차량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만큼 시장 트렌드에 영향을 받지 않고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었다. 다만, 지난해부터 차량 판매 가격 변동이 극심해 충성 고객들의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지프는 2021년 1만449대를 판매해 몇 해 동안 1만대 클럽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7166대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판매량은 1612대에 그쳤다. 같은 기간 실적(2917대)과 비교해도 절반 정도가 줄어든 셈이다.
포드는 지난 2021년 총 6721대를 국내 판매했다. 포드의 경우 신차 브롱코 합류로 브랜드 라인업이 6개 차종으로 확대됐지만, 지난해 판매량은 5300대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판매량은 1844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04대에 비하면 소폭 늘었지만,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푸조와 혼다도 포드와 비슷한 4~6000대 판매량을 기록하다 지난해부터 실적이 반토막이 됐다. 푸조는 지난해 1965대, 혼다는 3140대를 판매했다. 올해 5월까지 이들 실적은 세 자릿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유일하게 토요타는 6000대 수준으로 꾸준한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는 반면, 이외 재규어, 시트로엥 등의 브랜드는 이미 시장 내 존재감이 거의 없어진 상태다. 재규어는 최근 판매 중단을 선언했고 시트로엥 역시 당분간 판매를 이어가지 않는다.
최근 몇 년간 메르세데스-벤츠와 BMW가 수입차 양강 구도를 그려왔지만, 지난해와 올해처럼 마이너 수입차 브랜드의 실적이 저조했던 적이 없다. 코로나 이후 물가 상승에 구매 패턴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불거진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람보르기니, 페라리, 포르쉐 등이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이유다. 이외에도 상품성 개선 차이가 국산차와 비교되는 것, 라인업 부족, 보조금 정책 변화 등도 실적 감소의 원인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중 실적이 좋지 못한 곳은 링컨과 캐딜락 정도다.
일부 수입차 브랜드는 고급화 전략으로 전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대중적이면서도 고급 라인업까지 갖춘 GMC 브랜드가 모범적이다. GMC는 국내 공식 출범하면서 올해부터 최상위 모델인 시에라 드날리 모델을 들여왔다. 시에라는 판매량은 많지 않지만, 수익성이 높은 편에 속한다. 첫 선적 물량 100여대는 모두 완판됐으며 이후 월 50대씩 이상은 꾸준히 판매가 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수입차 브랜드 실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라인업 확대와 더불어 국산차와 경쟁을 피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노려야 한다고 말한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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