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국내 전기차 시장을 장악했던 테슬라가 난관에 봉착했다. 심각한 실적하락으로 한국 시장에서 수입차 마이너 리그로 전락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7일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가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테슬라코리아는 올해 상반기는 3732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6745대)과 비교해 반 토막의 실적을 기록했다. 그나마 연초에 할인을 감행하며 판매량을 어느 정도 끌어 올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경쟁차들 실적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에 큰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상반기 내수 전기차 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7만8466대(포터 등 소형 전기 상용차 제외 5만1437대)로 테슬라코리아는 점유율 5%도 채 채우지 못했다. 작년(6만8996대 중 6745대)에는 점유율이 10%에 가까웠다.
테슬라 차량의 인기가 떨어진 것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적으로는 2023년 보조금 정책의 변화에 따른 것이며, 둘째로는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국산 저기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등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에서 라인업을 확대하며 판매 신장이 있었던 것에 영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부터 점유율을 급격하게 늘려왔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아이오닉5와 6로 1만6864대, 기아는 거의 EV6만으로 1만6071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8.9%, 13.0%가 증가했다. 특히, 수입차 중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역시 우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테슬라의 점유율을 뺏어왔다. 이들 실적은 각각 4039대, 2989대로 지난해 상반기(각각 1395대, 1238대)보다 189.5%, 141.4%가 증가했다. 제네시스 역시 전기차 판매량으로 지난해 3위에 있던 테슬라를 앞질렀다.
그동안 테슬라 차량은 내수 전기차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었던 것이 유효했으나 지금은 다양한 선택지가 나온 만큼 실제 상품성에 회의를 느낀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로 시장에 빨리 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자동차라는 하나의 상품만으로 본다면 많은 부부에서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라며 “제품 완성도를 보여주는 단차는 고질적인 문제로 대두돼 왔다.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시절의 테슬라는 줄을 서서 기다렸지만, 시장에 선택지가 많아진 이상 소비자들은 더이상 테슬라 차에 목매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종잡을 수 없는 가격 변동도 신뢰도를 잃는 데 한몫을 했다. 테슬라는 수차례 가격 인상과 인하를 반복했는데, 모델 Y RWD 기준 2021년부터 지금까지 총 8차례 가격 변동이 있었다. 판매 실적이 좋을 때는 가격 인상이 지속됐으며, 보조금 정책이 변한 시점에서는 가격 인하를 감행했다. 2021년 초 5479만원이었다가 2022년 6월게 7034만원까지 올랐다. 정책이 바뀌는 올해 1월에는 6434만원, 한달도 채 되지 않아 5990만원으로 인하했다. 현재 모델 3를 비롯해 모든 테슬라 차종은 주문 중단 상태에 있고 모델 Y RWD만 5699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모델 Y의 경우 기가 상하이에서 만든 제품으로 저가형 LFP 배터리를 탑재했다. 이 때문에 가격을 낮춰 판매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라인업이 갑자기 줄어든 것을 비롯해 LFP 배터리 탑재를 달가워하지 않는 소비자들의 이탈까지 생각하면 테슬라코리아의 실적은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