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전기차에 무단 혹은 1단 변속기가 들어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사실 전기차에는 변속기가 없다. 실제로는 감속기가 들어있다. 제원을 나타낼 때는 그냥 1단 변속기로 기재한다. 때로는 효율을 위해 실제 2단의 변속기를 넣는 예도 있다. 고회전을 요구하는 레이싱카나 일부 슈퍼차에 적용되는 경우다. 최근 업계 따르면 최근 BMW 고성능 M 부문에서는 개발 중인 전기차에 진동 효과를 주면서 임의로 변속되는 느낌을 주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듯 개발 방향에 따라서 전기차 시대에 변속기의 적용 여부가 결정될지도 모른다.
전기차 변속기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는 우선, 내연기관에서 사용된 변속기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변속기는 엔진과 한 짝이다. 4행정 피스톤 운동으로 돌아가는 엔진의 구조 특성상 충분한 토크를 발휘하기에 변속기가 필요하다. 또 만족할 수 있는 토크를 유지하기 위해서 회전수를 맞춘다. 우리가 흔히 타는 자전거 역시 마찬가지다. 한정된 사람의 운동 에너지로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를 수 있는 것도 변속기 덕분이다. 결국, 변속기는 힘과 속도의 관계를 조절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토크와 출력을 구분하기 힘들 때가 있다. 특히 토크가 헷갈린다. 토크는 수치로 Nm, 혹은 kg·m(lb-ft)로 표기한다. 무게당 움직일 수 있는 거리 즉, 바퀴를 굴리는 힘을 뜻한다. 출력은 ‘와트(Watt)’ 혹은 ‘마력’으로 표기하고 엔진 자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을 뜻한다. 엔진이 내는 실제 힘의 최대치로 이해해도 된다. 말 한 마리와 마차를 예로 들어볼 수 있다. 마차를 끌고 있는 말의 힘(출력)이 마차의 바퀴(토크)에 모두 전달되는 게 아니듯 출력과 토크는 같지 않다. 물론 마차에서는 힘이 나오지 않으니 토크는 ‘0’이다.
엔진과 모터의 차이는 바로 출력과 토크의 차이로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정확히 같은 조건을 만들 수 없지만, 만약 비슷한 조건이 된다면 모터가 엔진보다는 더 강한 힘을 낸다. 회전수도 엔진의 몇 배 이상이다. 대체로 가솔린은 크랭크축(운동 에너지가 회전 에너지로 처음 바뀌는 곳)이 분당 9000번 정도를 회전할 수 있고 디젤은 분당 6000번 정도를 회전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모터는 대략 1만5000번 회전할 수 있는 정도다. 회전수가 힘을 결정 짓는 건 아니지만 속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 엔진의 경우 실린더 내부 폭발력이 출력과 토크를 결정하지만, 모터의 경우는 전력량에 따라 곧바로 결정된다.
여기에 전기차에 변속기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4행정의 피스톤 운동이 없는 모터는 바퀴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온전히 힘을 전달할 수가 있다. 오히려 너무 많은 힘이 전달되니 이를 줄여줄 필요가 있는 셈이다. 전동 드릴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ON’과 ‘OFF’의 단순한 구조로 작동되니 강약을 조절할 수는 없다. 이를 위해 전기차의 변속기(감속기)가 필요한 이유다.
전기차는 친환경성뿐만 아니라 이런 강력한 힘을 내는 것으로도 각광 받고 있다. 고성능 차로서도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운전의 재미라면 강력한 힘 이외에도 요구되는 것이 있다. 바로 수동 변속의 재미다. 이를 위해 차 제조사들은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타이칸에서 사용하는 2단 변속기를 비롯해 현대차 N에서는 ‘N 액티브 사운드’라는 가상 사운드를 만들어 냈고 그리고 BMW M은 전기차에서 변속 느낌을 구현하는 시스템을 고려하고 있다. 이 기능의 목적은 레이싱 전기차를 몰고 있는 드라이버가 실제 속도 구간 등을 알아챌 수 있도록 임의로 변속되는 느낌을 제공하는 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