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도 이제 스트리밍 시대를 맞이한다. 미래 먹거리로 인식되는 구독 경제를 응용해 여러 방향으로 사업성을 확대하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것. 우선 표면적으로 체감하는 부분은 자동차 자체와 배터리 구독 서비스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들에 구독 바람이 불었다. 특히 여러 차종을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시간에 까다로운 조건 없이 골라 탈 수 있는 차량 자체 구독 상품과 경제성으로 고려하는 전기차 구매에 부담을 덜어주는 배터리 구독 상품들에 특히 이목이 쏠리고 있다.
자동차 구독 서비스는 차량 관리비, 보험료, 자동차세 등 부대비용이 모두 포함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점은 기존 장기 렌터카와 공통점이지만, 단기간 한 개가 아닌 여러 차종을 골라서 타볼 수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또 구독과 해지가 자유롭다는 것도 렌터카와는 다른 강점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이미 다양한 차량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대 셀렉션’, 제네시스는 ‘제네시스 스펙트럼’, 기아는 ‘기아 플렉스’ 차량 구독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수입차는 BMW그룹 내 미니 브랜드가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현대 셀렉션의 경우 지난 2020년 시범 사업을 시작으로 서울·부산·제주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약 3만6000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기아 플렉스는 1만9600여 명, 제네시스 스펙트럼은 1만1500여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한 해 약 두 배씩 구독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기아는 배터리 구독 상품을 통해 반값 전기차를 노린다. 기아는 지난달부터 관련 업체들과 협력하고 니로 EV를 통해 배터리 구독 서비스 실증 사업에 들어갔다. 가격 경쟁에 들어선 전동화 시장에서 선제적 대응 방안으로 볼 수도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의 핵심 부품이자 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기 때문에 초기 부담을 줄이는 것이 큰 영향을 미친다. 차량 따로 배터리 따로라면 더 불리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얼핏 보면 할부 구매와 같아 보일 수 있으나 배터리 소유권이 회사에 있는 만큼 차량가액 평가 측면에서 이점이 있을 것으로 본다. 단적인 예로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배터리 구독 사업은 완성차 업체들뿐만 아니라 배터리 제조사들도 적극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SK온,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이 배터리 교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아직 관련 규제 해소 등의 과제를 안고 있지만, 점진적 발전 방안으로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 모델 개발을 통해 미래 전기차 시장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불러오겠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교체식 구독 상품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도 일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된다. 전기차 충전 시설은 이용 편의 시간대가 있어 충전 장소의 전력 부하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지만, 교체식은 미리 충전된 배터리를 이용하기 때문에 전력 관리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한편, 완성차 기업들은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사업을 준비하면서 다양한 구독 상품도 함께 개발하고 있다. 자동차·배터리 구독에서 발전된 단계다. 주요 영역은 소프트웨어 부문이다. 최근 기아는 EV9을 통해 FoD(Feature on Demand) 서비스를 소개했다. OTA(무선 업데이트)를 앱처럼 내려받고 이를 실행하면 사용 가능한 하드웨어를 제어할 수 있다. 이런 소프트웨어 기반 구독 상품은 추후 미래차 사업이 본격화됐을 때 큰 수익성을 보장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