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또 가격 인하를 감행했다. 잦은 변동, 들쑥날쑥 가격 변동이 극심하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테슬라는 환경교란종으로 불릴 정도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미국과 중국 등 글로벌 대형 시장에서 차량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중국의 경우 모델 Y의 가격을 1만4000위안(약 256만원) 내렸다. 지난 1월에 이어 7개월 만에 다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인 것. 일각에서는 경영 여건이 좋지 않다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속내는 다를 수 있다는 게 또 다른 분석이다. BYD, 길리 등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점유율 확대에 따른 대응 방안이라는 것.
테슬라는 미국에서도 가격 인하를 감행했다. 대상은 모델S와 X 두 차종이다. 인하 폭은 1만달러(약 1336만원)나 된다. 하지만, 정확하게는 동일 모델이 아니다. 원가 절감을 감행한 일명 ‘저가형’ 모델을 새롭게 출시했다. CNBC 등 주요 외신 소식에 따르면 해당 모델들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 주행거리가 대략 20% 정도가 짧아졌다고 한다. 기존과 같은 배터리와 모터가 탑재돼 있지만, 소프트웨어 등을 조정해 주행거리와 성능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중국과는 다른 전략이 적용됐는데, 시장 상황에 맞춰 타깃을 달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공통점은 테슬라가 점유율 확보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에서는 브랜드 라인업에 신모델이 없어 다소 정체된 상황. 이런 문제 극복을 위해 플래그십 모델들의 가격 인하하고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의도다.
테슬라의 이런 행보는 내부적으로 수익성과 주가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 테슬라의 올해 상반기 인도량은 전년과 비교해 57%가 증가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7%에서 10.5%로 큰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시각 지난 14일 중국에서 모델Y의 가격인하가 발표된 이후 테슬라 주가 역시 전일 대비 1.19% 하락한 239.76달러에 마감했다. 하지만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 테슬라의 수익성은 10% 이상을 유지하며 업계 최고를 달리고 있다.
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 정책은 다른 자동차 브랜드에 매우 자극적이다. 다른 완성차 업체들은 테슬라 가격 인하 시점에 맞춰 전기차 가격을 낮추거나 저가형 모델 개발로 돌파구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포드는 이미 일찌감치 가격 맞춤에 나섰으며, 중국 제조업체들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가격 인하를 결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전기차 가격이 낮아지는 효과를 보고 있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다른 쪽에서 수익성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치킨게임이라는 말이 자주 인용되는 이유다.
최근 한국에서는 LFP배터리를 탑재한 모델 Y가 판매를 시작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가격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구간으로 떨어졌다. 벌써 대기 기간이 6개월 이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호응을 얻고 있다. 아직 국산 전기차가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보조금을 제외한 같은 조건으로 테슬라와 맞붙게 된다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알 수 없다. 수익성이 이미 높은 상황에서, 원가 절감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게 된다면 격차가 좁혀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정부 주도 전기차 보급은 계획이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이 와중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이 승패를 좌우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일부 국산차도 원가 절감을 위해 LFP 배터리 도입을 고려하고 있지만, 시장 경쟁력은 아직 테슬라 쪽으로 더 치우쳐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