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0년 한국에 부임한 데이비드 제프리 포드링컨세일즈코리아 사장은 당해 신차 6종을 선보이며 시작부터 눈에 띄는 행보를 보였다. 약속한 신차 출시는 했지만, 판매량에서도 판촉에서도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이다. 올해 들어 제프리 사장은 공식 석상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고 있다. 지난 20년간 한국인 CEO(최고경영책임자)로 회사를 이끌어왔던 정재희 대표 체제를 씻어내기 위해서는 아마도 해야 할 일이 산더미일 것이다.
포드코리아는 그동안 한국인 CEO 체재를 유지했다. 정 대표는 BMW코리아의 김효준, 폭스바겐코리아의 박동훈 등과 함께 2000년대 수입차 시장을 호황으로 이끌었던 한국인 대표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01년부터 2020년까지 20년 간 포드코리아를 이끌었다. 정 대표의 활약은 대단했다. 시작부터 판매량은 꾸준히 올라 2012년부터 5000대 판매를 넘었고 2015년에서 퇴임하던 2020년까지 단 한 해를 제외하고는 1만대 판매를 놓친 적이 없었다.
새롭게 대표직을 넘겨받은 데이비드 제프리 사장은 지난 2002년 포드 호주에 입사해 판매, 서비스, 부품, 마케팅, 인사 등 다양한 업무를 담당했다. 인도 첸나이에서 APO 내 글로벌 딜러 컨슈머 익스피리언스 업무를 맡았으며 이후 IMG 내 마케팅 레프리젠테이션과 아카데미 이사로 근무했다. 또한, 중국 상하이에 본부를 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소비자 경험 담당자로 근무 경험이 있으며 아태 지역 딜러사들의 고객 경험 활동 개선 및 발전을 주도하기도 했다.
제프리 사장은 최고의 역량을 갖췄지만, 지금 포드링컨코리아에는 특별한 무언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인의 정서를 백분 이해하기는 힘들터이니 다른 방향으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생각했을 수 있다. 제프리 사장은 일단 제품 라인업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예전과 달리 현지 선호형이 아닌 미국 본토에서 강세인 대형 SUV, 픽업트럭에 집중했다. 코로나 감염병 이후 아웃도어 및 가족 중심 여가 활동으로 바뀌는 라이프스타일 변화도 일부 반영한 것이며, 미국 본사 쪽에서도 전동화 전환에 따른 내연기관차 수출이 필요했을 것이다.
제프리 사장이 도입을 선택한 모델은 익스플로러의 상위 모델인 풀사이즈 SUV 익스페디션과 오프로드 성향에 초점이 맞춰진 브롱코, 그리고 글로벌 전략 모델인 레인저 픽업트럭과 프리미엄 풀사이즈 SUV인 링컨 네비게이터다. 브롱코는 남다른 헤리티지를 갖췄고, 익스페디션과 레인저는 빈약한 라인업으로 경쟁하고 있는 틈새시장(풀사이즈 및 픽업트럭)을 공략하니 출시 이전부터 큰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적이 따라주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출시한 브롱코는 올해 2월까지 약 1년간 총 901대가 판매됐다. 익스페디션은 183대, 레인저는 634대가 팔렸다. 개성 강한 틈새시장 공략형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판매량은 저조했다. 하지만, 확실히 실속은 챙기고 있다. 정 대표가 있었던 2019년(1월1일~12월31일) 21기 손익계산서를 확인해보면 4869억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339억원을 기록했고, 제프리 대표 부임 이후인 2022년 24기 손익계산서에는 매출액 4840억원에 영업이익이 420억원에 달한다. 판매량은 줄었고 매출액은 비슷하지만 수익은 큰 폭으로 는 셈이다.
제프리 사장은 짠돌이 경영으로 운영 체제까지 손볼 심산이다. 내부 직원들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만큼 신뢰보다는 기록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보고 체계를 더욱 강화하고 이벤트에 있어서는 KPi(핵심 성과 지표)를 중시한다. 코로나 감염증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언론과의 소통도 꼭 필요할 때만 하는 편인 데다가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끼자는 주의다. 관리비로도 확인해볼 수 있다. 당기 재무제표에 보면 관리비로 418억원 가량이 기록됐다. 716억원 가량을 기록한 정 대표 때와 비교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여기엔 판촉비가 117억원에서 87억원으로 큰 폭으로 차지했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제프리 사장 부임 후 체감될 정도로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 하지만, 대신 글로벌과의 커뮤니케이션은 원활한 편”이라며 “덕분에 신차 도입 및 물량 확보에 좀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점, 어려운 상황에서도 과거 경험 및 글로벌 경험을 바탕으로 잘 헤쳐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는 거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