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 공급 부족 사태가 이르면 2025년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됨에 따라 리튬을 사용하는 제품의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재 가격 상승이 배터리-전기차 등으로 이어지고 결국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부담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여기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 축소까지 맞물리면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기존 예측과 다르게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됐다.
리튬 가격 상승은 배터리 제품과 전기차 가격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 리튬 원재료 공급 부족으로 탄산리튬 가격은 지난해 초 t당 58만 위안(약 1억1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이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원재료 구입 비용 또한 높아졌다.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022년 상반기 6조4052억원을 원재료 구입에 사용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8조6126억원을 지출했다. 1년 사이 2조원이 넘게 늘었다. 다른 배터리 업체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완성차 업체도 원자재 가격 변동 추이를 자사 제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미국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해 리튬 가격이 70%가량 떨어졌을 때 가격 경쟁력을 앞세울 수 있는 LFP(리튬인산철)배터리를 자사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에 탑재했다. 리튬은 정제하는 방법에 따라 탄산리튬(LFP배터리 사용)과 수산화리튬(NCM배터리 사용)으로 구분된다. LFP배터리를 탑재한 모델Y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 탑재 모델보다 2000만원가량 저렴한 가격에 내놨다. 이에 따라 보조금도 더 받게 됐다. 하지만 리튬 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면 다시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세대 변경 및 연식 변경 등을 통해 가격을 인상하는 기존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도 가격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 기아 니로EV의 경우 연식 변경으로 오른 가격이 201만~215만원 정도다. 제네시스 GV60은 400만원 이상 인상됐으며, 쉐보레 볼트 EV·EUV는 300만원, 기아 EV6도 최대 410만원 인상됐다. 미국에서 판매하는 현대차 코나EV는 2000달러를 올렸다. 가뜩이나 기존 연식 변경 등을 통해서도 가격이 올라 소비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배터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전기차 가격이 또 오른다면 향후 전기차 판매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줄어드는 보조금 또한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 부담을 높일 전망이다. 전기차 보조금은 지난 2018년 기준 국고보조금이 최대 12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지자체 보조금은 최대 1100만원에서 950만원, 최저 50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고객 부담이 더 커진 셈이다. 독일은 전기차 보조금을 6000유로에서 4500유로로, 프랑스는 6000유로에서 5000유로로, 중국은 지난해 말 보조금을 폐지하고 구매세 면제만을 유지했다.
최대 자동차 시장 미국의 경우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들고 나와 보조금 수혜 모델이 대폭 줄었다. 우리 정부는 최근 자동차세 개편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1억원 넘는 전기차가 소형차보다 더 적은 자동차세를 내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 근거로 제시됐다. 만약 해당 안건이 통과된다면 1억원 전기차 세금이 100만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계산도 나온다. 분명 전기차 보급 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요인이다. 아울러 더딘 충전 인프라 구축과 전기료 상승 또한 전기차 구매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다.
판매에서는 이런 현상이 벌써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감소함에 따라 부품 공급을 줄이는 상황에 이르렀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량은 한국에서 6만4690대, 미국에서 3만8457대, 유럽에서 7만1240대로 연간 판매 목표 대비 달성률은 각각 35.0%, 30.8%, 36.9%에 그쳤다. 주력 모델인 아이오닉 5의 경우 해당 기간 1만800여 대 판매로 전년 대비 40%가 줄어들었다. 이런 양상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 트렌드 분석기관 KPMG 컨설팅은 오는 2030년 전기차 점유율이 50%에 달할 것이라고 한 수치를 2년 새 25%로 낮춰 분석하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반도체 병목현상 완화와 겹쳐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것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 대한 예측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