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업계에서 또 한 명 외국인 CEO로 주목받는 인물이 있다. 2020년 FCA코리아로 부임한 제이크 아우만 스텔란티스코리아 사장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직무 정지된 파블로 로쏘 사장의 후임으로 한국에 자리 잡았다. 지난해부터 스텔란티스그룹의 일환으로 한불모터스가 맡고 있던 푸조, DS, 시트로엥을 통합했고 다양하고도 풍부한 마케팅을 펼치며 수입차 시장의 강자가 될 것을 공고히 하고 있다.
사실 이전 FCA에는 지프 브랜드밖에 없었다. 수입자동차협회 회장까지 올랐던 파블로 로쏘는 크라이슬러와 피아트 브랜드를 이끌었다. 당시 트렌드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한 것과 어긋난 가격정책 등을 내세우다 실적에서도 쓴맛을 봤다. 하지만 독보적인 오프로드 퍼포먼스를 뽐내는 지프 브랜드만큼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한국 시장에서도 막강한 세력을 넓혀가고 있었다. 지금도 대부분 실적은 지프가 이끌어 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제이크 아우만 사장이 까다롭다는 한국 시장에 등판했다. 아우만 대표는 부임 이전 거대 중국 시장에서 알파 로메오 브랜드를 총괄,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알파 로메오는 스텔란티스의 17개 브랜드 중 하나로 이탈리안 메이커로 유럽에서는 물론 일본 등에서 인기가 높은 브랜드다. 아우만 사장과 FCA의 인연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한국에 오기 전 그는 경영, 변화관리, 마케팅, 세일즈, 네트워크 개발 등 다양한 분야를 맡았으며 일본과 인도, 호주 등 주요 시장에서 폭넓은 마케팅 경험을 쌓았다.
부임 이후 아우만 사장이 맡은 임무는 지프 브랜드를 더욱 강화하는 것이다. 고객 이벤트를 성황리에 펼쳤고 전동화 모델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프 캠프(글로벌 대표 행사로 오래 이어져 왔다)나 4xe 데이와 같은 행사 진행, 그리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도입과 순수전기차 어벤저의 출시 준비다. 아우만호가 뜬 다음 2021년 지프는 첫 전동화 모델 랭글러 사하라 4xe 모델을 론칭했고 당해 74대 판매했다. 이듬해 그랜드 체로키에서 4xe 모델을 추가하며 라인업을 확대했고 사하라 4xe의 판매량은 두 배가 넘는 186대를 기록했다. 여전히 기대치에 못 미치는 실적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순수전기차 모델 어벤저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또 하나 아우만 사장이 맡게 된 임무는 흩어져 있는 스텔란티스그룹의 브랜드들을 통합하는 일이다. 대외적으로는 본사 지침에 따른 결정이라고는 하나, 잘나가는 브랜드에서 처지고 있는 브랜드를 떠맡는 일에는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푸조, 시트로엥, DS오토모빌은 PSA가 갖고 있던 세 가지 프랑스 브랜드다. 지난해 스텔란티스 결합 이전에는 국내 총판을 한불모터스가 갖고 있었다. 계약 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송승철 대표가 손을 떼고 판권은 FCA코리아에 넘어갔고 스텔란티스코리아가 탄생했다.
한불모터스는 세 브랜드를 통틀어 인수 전 마지막 해인 2021년 2923대를 판매하는 실적에 그쳤다. 전동화 전환 시도까지 했으나 문제는 편의장비 등에서 현지화 노력이 부족한 상품성 결핍이 걸림돌이 됐다. 아우만 사장은 빠르게 문제를 파악했다. 버릴 건 버리고 키울 건 키운다는 선택과 집중의 전략을 추진했으며, 상품성 업그레이드를 시도했다. 시트로엥과 DS오토모티브는 버리는 카드다. 나름 프리미엄 브랜드인 DS는 아직 판매를 이어가고 있지만, 경쟁력 떨어지는 대중 브랜드인 시트로엥은 이미 판매를 중단했다. 마지막으로 푸조 브랜드를 표면으로 드러내 지프와 투 트랙 전략으로 갈 방침이다.
푸조 브랜드 부흥을 위해 그가 먼저 한 일은 글로벌 전략 모델로 탄생한 뉴 푸조 408의 빠른 도입이다. 지난 5월에 대대적인 론칭과 더불어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행사에는 프랑스에서 직접 린다 잭슨 글로벌 푸조 총책을 초청해 홍보에 힘을 실었다. 린다 대표는 MZ세대 마케팅을 이어갈 것을 알렸다. 여기에 더해 아우만 대표가 공언한 바는 400억원을 투자해 국내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다. 올 연말까지 공식 전시장 12개와 서비스센터 15개를 운영하고 2025년까지는 18개 판매 및 서비스 네트워크를 완성한다는 계획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