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일본 재진출 1년여 성과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전동화 흐름에 따라 이번에는 쏘나타 등 내연기관이나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닌 순수 전기차 ‘아이오닉 5’를 내세웠다. 현재로서는 반응이 아직 미온적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어느 정도 점유율을 확보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 있다고 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13년 만에 일본에 재진출한 현대차와 아이오닉5와 관련해 일본 미디어 반응과 사용자 평가는 높은 편이지만, 아직 실질적인 판매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유는 한국과 다른 일본 시장 소비자들의 성향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일본 소비자들이 토요타나 혼다 등 자국 자동차 브랜드들의 특성에 길들여져 있어서 섣불리 외국산 차를 선택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일본차 브랜드는 미국 시장 진출 이후에도 꾸준히 내구성과 신뢰성을 축적해왔다. 이를 반대로 보면, 일본 내수 시장에서 수입차 브랜드들이 점유율 확보에 힘겨워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일본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 감가상각이 있고 난 뒤 차량 가치가 얼마만큼 남아있는지를 평가하는 게 먼저다. 따라서 초기 구매 단계에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출시하자마자 대박을 터트리는 한국 시장에서의 신차 효과와는 반대되는 경우라고 볼 수 있다.
전동화에 대한 일본 내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빠르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업계에 따르면 토요타 역시 내수 전기차 판매량은 한 해에 고작 1만 대 수준으로 전체의 1%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 차량 판매량으로 분석해보면 가장 많은 차종이 여전히 하이브리드 차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본 시장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단적인 예로 테슬라가 일본에 진출한 초기의 모습을 살펴보면 된다. 테슬라는 지난 2020년 모델3를 앞세워 공식 판매를 시작했지만, 기대만큼 실적을 거두진 못했다. 일본 진출 첫해 1900대 판매에 그쳤다. 현대차와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치지만, 글로벌 시장 판매량을 비교해 본다면 매우 저조하다. 하지만 이듬해에 테슬라는 174% 증가한 5200대를 판매하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그만큼 일본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테슬라 구매량 급증은 일본 대표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동화에 늦은 것에 대한 불만의 심리가 표출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일본 자동차 업체 대부분이 전동화 전환 추세에 다소 뒤처져 있다.
현대차가 구체적으로 밝히진 않고 있지만, 일본 시장 전략의 핵심인 테슬라가 일으킨 반향과 같은 효과를 거두기 위함으로 분석된다. 일본 소비자가 테슬라로 눈을 돌린 것은 미국 등 해외시장에서 얻은 높은 인지도와 판매량이다. 소니와 파나소닉 등 스마트폰에서는 누릴 수 없는 세계적 유행을 애플 아이폰이 제공하면서 단기간에 아이폰이 일본 스마트폰 시장을 점령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전동화에 목말라 있는 일본 소비자들은 ‘전기차의 아이폰’과 같은 테슬라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 외국과 동일한 유행을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는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대적할 만한 성능과 품질을 인정받아 현대차의 위상을 끌어올린 대표 모델이다. 이러한 아이오닉5를 일본에 내놓아 현대차에 대한 낮은 이미지를 불식시키고, 구독 등 일본 소비자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함께 제공함으로써 하나의 유행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어느 시점에 이르면 판매량 급증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는 성능에서 뒤처지지 않는 자동차를 경쟁력 있는 가격으로 판매하는 선에서 고객에게 접근했지만, 이번에는 일본 소비자의 생활과 동화해 그들이 필요에 의해 현대차를 선택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중장기적 안목을 갖고 추진하는 현대차가 향후 어떤 생활양식을 제공할지에 성공 여부가 달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