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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전환 계획 연기에 뒤틀리는 전기차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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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화 전환 계획 연기에 뒤틀리는 전기차 미래

육동윤 기자

기사입력 : 2023-09-27 12:26

슈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슈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테슬라 차량 사진=뉴시스
영국과 미국 등이 전기차 전환 시점을 늦추고 있다. 전기차가 현실적으로 너무 빨랐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전기차는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직 시장에 선택지가 많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에서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 기미가 감지됐다. 영국에서는 수낵 총리가 내연 차 신차 판매금지 시기를 기존 2030년에서 5년 늦춘 2035년으로 새롭게 발표했다. EU 27개국으로 구성된 이사회는 25일(현지시각)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인 '유로 7'상 배출 기준을 현재 시행 중인 '유로 6'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협상안을 채택했다고도 밝혔다.

미국도 분위기는 연기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2032년까지 자국 내 전기차 보급 목표를 최대 67%까지 끌어 올리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업계는 전기차 전환 속도에 따라 일자리 공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속적으로 나왔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 차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부품 수가 적고 자동화가 이뤄지는 만큼 전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의 분규가 이런 이유에서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점은 전기차 사용 편의성을 보장하는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으며, 탄소발자국 추적 결과 전기차의 환경을 보전하는데 적합한 효용성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근본적인 원인으로도 꼽힌다. 그도 그럴 것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희토류 등의 광물 수급 과정에서 환경 오염 수치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인프라 부족 문제를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일(현지시각) 프랑스판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최종 개편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생산 과정에서부터 탄소 배출량을 따져 보조금 지급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복안이다. 미국의 IRA와 다른 점은 방어 무역의 개념을 떠나 자국 기업 보호와 더불어 친화경성을 강조하겠다는 의미다. 전자의 경우는 석탄을 주로 사용하는 중국산 전기차의 확산을 어느 정도 막아보겠다는 의도인 것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전동화 전환이 늦춰지면서 여러 가지 파급 효과들이 예상된다. 우선 내놓은 계획안에 대한 전면적인 개편, 혹은 재정비가 필요하다. 배터리 기업들과의 합작 기업 설립 시기도 문제 시 될 수 있다. 현재 현대차는 물론, 미국의 빅3 완성차 기업들도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과 합작 법인을 설립하거나 고려하고 있다. 공장 설립에 이미 들어간 곳도 있으며 배터리 생산을 이미 시작한 합작사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 역시 영향권에 있다. 특히, 미국의 경우 현대차·기아의 주요 수출국이기 때문에 출혈을 감안하더라도 IRA에 빠르게 대응해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미국은 현대차·기아에게 있어서는 연간 100만대 이상을 소비하는 최고의 고객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전기차 전환 시기를 늦추게 되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줄이고 있는 내연 차 개발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되고 전기차는 규제에 얽매여 판매가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기업은 토요타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늦은 전동화 전환 전략이 오히려 득이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삭제되다시피 한 전기차 전환의 중간 과정인 하이브리드가 다시 부상하게 되고 여기에서 가장 앞선 기술과 판매량을 확보한 토요타에게 힘을 실어주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토요타는 최근 들어 다각화 전략에 박차를 가하며 전기차 확대 생산 계획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빅3의 파업도 마저도 토요타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다.


육동윤 글로벌모터즈 기자 ydy332@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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