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일반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가성비 높은 대중 차량은 종류가 제한적인데다 가격도 높아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자동차 시장 실적이 최고치를 기록했다. 판매 대수는 줄어들었지만, 영업이익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평균 차량 가격을 높이고 고부가가치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한 것이 이유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에는 국산차·수입차 상관없이 양극화를 넘어 대중적인 차들도 가격이 많이 오르고 있는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금 시점이 대중적인 차를 사는 데 가장 부담스러운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자동차·기아가 글로벌 판촉에 열을 올리며 상품성을 개선했고, 이에 따른 가격 인상이 뒤따랐다.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들도 덩달아 가격 조정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이런 '카플레이션'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과 반도체 수급 이슈 이후로 지속해서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은 신차 구매를 망설이고 차를 오래 타게 된다. 중고차 시장 활성화도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지난 2020년을 최고치로 신차 판매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카이즈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10년 전인 2012년 한 해 총 신차 등록대수가 130만 대였던 것이 점차 늘어 2020년 165만 대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2021년에는 149만 대, 지난해에는 144만 대에 그쳤다. 판매량이 2015년 이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올해는 9월까지 113만 대를 기록했다. 이후 판매량을 짐작해 보더라도 150만 대를 넘어서기는 힘들 전망이다.
국산차 가격이 높아지며 수입차들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예상했지만, 최근 수입차 시장의 분위기는 함께 가격대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5년 전만 하더라도 3000만원대 수입차는 선택지가 많았지만, 지금은 소형차 혹은 짧은 주행거리에 보조금을 얹은 전기차가 3000만원대에 극소수 포진해 있다. 게다가 그 수 역시 급격하게 줄고 있다.
현재 시장에서 가장 저렴한 수입차는 3290만~3660만원 가격표를 달고 있는 폭스바겐의 준중형 세단 ‘제타’다. 수입 전기차로는 푸조 e-208이 꼽힌다. 경차를 제외한 국산차로는 기아 K3(1752만~2449만원), KG모빌리티 티볼리(2209만~2598만원), 르노코리아 XM3(1958만~2351만원), 현대차 아반떼(1960만~2671만원)가 있다.
수입차 가격 인상의 예를 들면, 소형급 모델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최근 세대 변경을 이뤄 출시한 중형 세단 혼다 어코드의 경우 1.5 가솔린 터보 4390만원, 하이브리드 5340만원으로 책정됐다. 이전 세대 가솔린 모델이 3740만원이었으므로 이번에 650만원 인상됐다. 아직 구형으로 판매되고 있는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의 경우 3768만원으로 HEV 타입에서도 비교적 가격은 부담스러워졌다. 국산 세단을 대표하는 쏘나타와 그랜저 역시 500만원 정도 가격이 올랐으니 세단 구매에 부담이 생긴 셈이다.
세단뿐만이 아니다. 한국토요타의 경우 시장에 없던 새로운 라인업 모델을 들여오며 브랜드의 전반적인 가치를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미니밴 알파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알파드의 출시 가격은 1억원에 달한다. 이미 시에나 하이브리드 미니밴이 판매되고 있었으며 가격은 7050만원이다. 구형 시에나는 6200만원이었으니 이 역시 오른 가격이다. 미니밴을 구매하려고 하는 고객에게도 부담은 커졌다.
이런 전반적인 자동차 가격 상승은 수익성이 낮은 전기차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제조사 상황은 더 어려워지고, 여기에 투입하기 위한 재원을 꾸준히 마련해야 하므로 내연 차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다만, 배터리 가격이 낮아질 전망이어서 앞으로 낮은 가격대 전기차가 나오면 고객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게 일부 전문가들의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