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자동차 시장은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전반적인 성과도 우려와는 달리 호전적이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코로나 이전 판매량으로 회복했고 마이너 국산차 제조사들도 전성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성적이 좋았다. 수입차 시장은 투톱 체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나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브랜드도 나왔다. 앞으로 두 달을 남겨둔 올해 자동차 시장의 결과가 기대되는 대목이다.
9일 업계 분위기를 살펴봤다. 앞으로 남은 두 달을 제외하고라도 올해 성적표가 얼추 나왔다. 막판 판촉 경쟁으로 순위가 다소 바뀔 수는 있겠지만, 기대했던 올해의 주요 신차들은 이미 다 나온 상태다. 극적인 반등을 노리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우선,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누적 판매량(1월부터 10월까지)으로 각각 350만5024대, 261만1938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9%, 8.3%가 증가한 수치다. 내수 성적도 마찬가지다. 현대차는 국내 누계가 62만7847대로 전년 누계 대비 6.9%가 성장했고 기아는 43만6790대를 판매해 7.3% 증가치를 기록했다.
최근 기아의 행보가 현대차를 뛰어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거세지만 아직은 살짝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제네시스 브랜드 실적을 제외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약 80만대가량이 차이가 나는 데 해외 판매에서 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편이다.
다만, 최근 기아가 브랜드 최다 판매 모델이자 핵심 모델인 카니발의 페이스리프트가 사전계약에 들어가면 실적 오름세를 기대해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요즘 트랜드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신규 라인업에 추가하며 막판 질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지난해 내수 시장만 본다면 기아가 47만497대를 판매한 39만4289대를 기록한 현대차를 앞질렀다.
마이너 제조사인 한국지엠과 KG모빌리티의 실적도 이목을 끈다. 한국지엠은 기대작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시장에 내놓으면 반전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 시장보다는 수출 판매가 워낙에 높은지라 단박에 국산차 마이너리그 1등을 차지했다. 내수 판매는 KG모빌리티와 순위를 다툰다.
KG모빌리티(구, 쌍용자동차)를 회생으로 이끌었던 차, 토레스 덕분에 회사는 흑자전환까지 달성했다. 이번에는 BYD에서 공수해오는 LFP 배터리를 탑재한 토레스 EVX 순수전기차 모델을 내세웠다. 토레스 EVX는 시장 내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유일한 전기차라는 것을 강점으로 한다. 올해 내수 누적 판매량은 한국지엠 3만3124대, KG모빌리티는 5만4788대를 기록했다.
르노코리아자동차는 신차 부재에 따라 판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출로 선적 물량을 맞추고 있지만, 내수 시장은 열악하다. 내년 새로운 중형 하이브리드로 돌풍을 예고하고 있지만, 올해는 큰 기대를 할 수 없는 상황. 코리아 세일 페스타 참가 등 여러 가지 판촉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기존 모델 판매만으로는 아직 역부족이다. 르노코리아 내수 판매량은 1만8579대에 그쳤다.
수입차 시장에서는 단연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BMW코리아가 왕좌를 놓고 다툰다. 벤츠는 7년 연속 수입차 1위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판매량은 이들 판매량은 BMW가 5만6529대, 벤츠가 5만4376대. 차이는 2153대로 큰 이변이 없는 한 BMW가 올해 수입차 1위를 달성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BMW가 1위를 확정 짓는 듯했으나, 12월 마지막 달 벤츠의 물량 밀어내기가 통했는지 역전극이 펼진 바 있다.
1, 2위와는 동떨어진 실적이지만, 주목받는 브랜드도 있다. 볼보와 렉서스다. 볼보는 올해 누적 1만2507대를 판매하며 수입차 점유율 6.5%를 차지했다. 1만4107대를 기록한 수입차 3위 아우디 판매량과 매우 근접해 있다. 렉서스는 바로 그다음 순위로 1만45대를 판매해 점유율 5.2%를 차지했다.
디젤게이트 이전 독3사의 위치가 비슷했던 것을 생각하면 아우디의 순위가 떨어진 것이지만, 볼보의 경우는 새로운 전략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셈이다. 볼보의 최고 인기 모델은 XC60로 브랜드 실적을 견인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899대가 실적으로 잡히며 벤츠의 E-클래스를 제외한 수입차 중 가장 많이 판매된 모델로 기록됐다.
특히, 볼보는 빠른 전동화 행보가 이미지 쇄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C40 리차지부터 이달 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엔트리급 전기차 모델 EX30이 판매 실적을 보탤 수 있을 전망이다.
1만대 이하 판매 수입차 브랜드를 살펴본다면 포르쉐가 8985대로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미니 브랜드가 7002대로 뒤를 잇는다. 폭스바겐이 6966대로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큰 성장세를 기록한 건 6045대 판매한 토요타 브랜드로 꼽혔다. 지난해 토요타는 한해를 통틀어 6259대를 판매했다. 올해 두 달을 남겨두고 이미 지난해 출고 물량을 따라잡은 셈이다.
기대해볼만한 건 스텔란티스의 지프와 푸조 브랜드다. 브랜드 통합 이후 공격적인 판촉활동을 이어가며 매력적인 가격과 상품성 개선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는 코세페 참가를 확정하며 100% 페이백 프로모션을 내걸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