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이 많은 건 아니지만, 꽤 부드럽고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이번에 특별히 시승한 베스파 GTS 슈퍼 125 모델 이야기다. 자동차만 타다가 스쿠터에 오르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괜찮은 헬멧 하나에 윈드스크린이 있으면 크게 개의치 않아도 될 거 같다. 물론 장갑은 필수다. 무릎이 시릴 수 있으니 보호대 같은 게 있으면 더 좋겠다.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갖춰야 하는 액세서리가 많다. 자동차처럼 이런 걸 한 데 묶어서 패키지로 팔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여름용 패키지, 겨울용 패키지 이런식으로 말이다.
직접 타보니 실력도 출중하다. 저렴한 배달용 스쿠터에 대한 기억 때문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스로틀은 운전자 의도를 잘 파악한다. 브레이킹도 꽤 만족스럽다. 80kg이 넘는 무게를 얹고도 이정도로 잘 설 수 있다는 건 안심하고 타도 된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막무가내 달리는건 망조를 부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ABS도 적용돼 있다고 하는데 몸소 느껴지는 건 아니지만, 왠지 신뢰에 안심을 더하는 요소다. 물론 좀 더 과격하게 몰아붙이면 작동하는 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펑퍼짐한 몸매 때문인지 무게 중심도 잘 잡혀 있다. 직진 코스에서는 시속 80km까지 끌어올리는 데 큰 무리가 없다. 계기판은 100km/h이 넘게 표시돼 있지만, 내리막길에서나 뽑을 수 있는 속도다. 하지만, 토크감은 괜찮은 편이다.
이 차는 125cc 싱글 실린더 엔진을 달았다. 최고출력 13.8마력 @8750rpm, 최대토크는 12Nm @ 6750rpm을 발휘한다. 출력이 기존보다 조금 더 높아졌다고 하는 데 공랭식에서 수냉식으로 바뀐 것을 예로 들었다. 좀 더 빨리 식히니 에너지를 좀 더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토크 서버가 있는 CVT(무단 변속기)가 적용됐고 스톱스타트 기능까지 포함됐다고 한다. 이쯤 되면 걱정되는 게 가격이다. 이 차의 정가는 719만원. 지금 베스파 공식 전시장에서 구매한다면 이런저런 할인 및 혜택을 제공한다고 하니 ‘에누리’는 있는 셈이다. 조금의 안전과 편의, 그리고 아이코닉한 이미지에 대한 대가다.
로망을 부르는 이미지에 관해서 이야기해보자면, 베스파하면 ‘오드리 헵번’이 주연한 <로마의 휴일>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디자인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베스파는 자동차에서 ‘미니’ 브랜드가 가지는 아이코닉한 이미지와도 비슷한데, 전설적인 명작 영화 한 편을 통해서 그 이미지가 쐐기처럼 박히는 걸 말한다. 미니 하면 <이탈리안 잡>이 먼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현실과 타협한 부분이 많지만, 아직 현행 모델은 고유 베스파의 디자인 DNA가 남아있는 모습이라 크게 아쉽지는 않다. 성능은 더 출중해졌으니 출퇴근에 고민하는 초보 바이크 입문자에게는 충분한 매력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