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오는 2028년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시장에 본격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인 S-A2의 실물도 공개했다. 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이 반영된 세련된 내외관과 작동 소음이 식기세척기 수준에 불과할 만큼 기술 혁신을 이룬 것이 특징이다. 하늘 위 '탈것'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것이다.
신재원 현대차·기아 AAM 본부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는 "AAM은 지상 교통수단의 보완재"라며 "자율주행, 에어 모빌리티 등이 도심 안에서 서로 보완해 가며 완전히 새로운 모빌리티 패턴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슈퍼널, S-A2 실물 첫 공개
현대차그룹의 AAM 독립 법인인 슈퍼널은 9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 처음 참가해 차세대 기체 S-A2의 실물 모형을 최초로 공개하고 미래 AAM 생태계 구축 전략을 발표했다. S-A2는 현대차그룹이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중인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항공기) 기체다. 이날 행사에는 신 CEO와 벤 다이어천 슈퍼널 최고기술책임자(CTO),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기아 최고창작책임자(CCO)가 각각 발표자로 나서 S-A2 기체의 디자인 콘셉트와 주요 특징을 소개하고 AAM 상용화를 위한 전략을 발표했다.
공개된 S-A2는 길이 10m, 너비 15m로 조종사 포함 5명이 탑승할 수 있다. 기체는 총 8개의 로터(Rotor)가 장착된 주 날개와 슈퍼널 로고를 본뜬 V자 꼬리 날개,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철학이 녹아든 승객 탑승 공간으로 이뤄져 있다. S-A2는 최대 400~500m의 고도에서 200㎞/h의 순항 속도로 비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 중이다. S-A2는 상용화 시 도심 내 약 60㎞ 내외의 거리를 비행할 예정이다. 도심 위를 쉴 새 없이 비행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기체 작동 시 발생하는 소음도 최소화할 계획이다.
S-A2 기체는 전기 분산 추진 방식을 활용해 운항 시 소음을 45~65데시벨(dB)로 유지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식기세척기의 작동 소음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안전성에도 신경을 썼다. S-A2 기체의 로터뿐 아니라 배터리 제어기, 전력 분배 시스템, 비행 제어 컴퓨터 등 모든 주요 장치에는 비상 상황에 대비한 다중화 설계가 적용된다.
자동차 디자인 적용된 항공기
S-A2의 또 다른 특징은 항공기에 자동차 디자인이 적용됐다는 점이다. 기존 항공기의 디자인 문법을 따르지 않았다. 이는 슈퍼널과 현대차·기아의 긴밀한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모든 엔지니어링과 통합 기체 디자인은 슈퍼널이 담당했으며, 내외관 스타일링은 현대차·기아 글로벌디자인본부가 맡았다.
기체 외관은 날개에서부터 착륙 장치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부드러운 형상으로 어우러져 역동적인 조화를 연출한다. 측면부는 기체 꼬리를 향해 날렵하게 다듬어진 글라스에 보디를 매끄럽게 결합해 기존 항공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인상을 완성했다. 실내의 경우 경량화된 탄소섬유 소재의 캐빈은 조종석과 4인 승객석을 분리해 조종사가 안전한 비행에 집중하게 했다.
좌석도 위치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 정해진 노선과 스케줄에 따라 운항하는 항공기와 달리, AAM은 다양한 사용 목적에 따라 실내 공간을 쉽고 빠르게 변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S-A2 기체는 슈퍼널의 항공 기술과 현대차그룹의 자동차 디자인이 만나 탄생한 자동차와 항공기 결합의 대표 사례"라며 "언제나 승객 관점에서 생각하는 현대차그룹의 디자인 철학은 차량이나 AAM 기체에서나 동일하다"고 했다.
한편, 이날 슈퍼널은 다양한 부문과의 전방위적인 협력 구상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용 파워일렉트릭(PE) 시스템 개발 역량과 자동화 생산 기술을 종합적으로 활용해 최첨단의 기체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이 밖에도 슈퍼널은 무인 항공 교통관리, 위성 통신, 레이더 플랫폼, 마이크로 기상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들과도 맞손 전략을 펼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