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계에만 트렌드가 있는 건 아니다. 자동차 시장에도 유행이 있다. 한때 세단이나 경차가, 또 한때는 디젤이 판을 쳤을 때도 있다. 오일쇼크에 인해, 코로나 감염병 팬데믹에 의해, 모두 시대 환경이 반영된 결과다. 요즘은 전기차가 대세다.
25일 자동차 데이터 분석 기업 카이즈유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등록된 차량 대수 총 150만7592대에서 유종별로 구분해 가솔린 89만2726대, 하이브리드 30만9164대, 전기차 11만5822대가 기록됐다. 아직 가솔린과 전기차가 8배 차이지만, 전기차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르다.
같은 조건으로 5년 전인 2019년과 비교해보면 가솔린 85만1748대, 하이브리드 10만3404대, 전기차 3만3390대로 가솔린과 전기차가 25배 차이를 보였었다. 참고로 그동안 자동차 시장 성장세가 있었고 디젤차는 43만1665대에서 13만3394대로 대폭 줄었다.
전기차는 환경 오염의 심각성을 깨달은 몇몇 선진국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전 글로벌적 트렌드다. 그 속에서 또 디자인은 양분화되고 있다. 비싼 차 대 싼 차, 작은 차 대 큰 차 정도로 볼 수 있다.
가격대별로 분석해 본다면 대중적인 전기차보다는 1억원을 호가하는 전기차가 시중에 더 많이 나왔다. 내수 시장만 보더라도 현재 5000만원 이하 전기차는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 수입차에 편향돼 있고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배터리 용량이 적어 주행가능 거리가 짧은 차종이 대부분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푸조 e-208 모델. 그리고 지금은 단종됐지만, 르노코리아에서 수입했던 르노 조에, 쉐보레 볼트EV 역시 해당 포지션을 타깃으로 해 시장을 공략했었다. 최근 KG모빌리티에서도 5000만원 이하 토레스 EVX를 가성비 전기차로 내놨다.
하지만 인기는 오히려 고가 전기차에 더 치중된 편이다. 지난해는 BMW ‘i’ 브랜드는 물론 벤츠 ‘EQ’ 브랜드 차종들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들 중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는 iX3로 2393대를 기록했고 i4, EQE가 모두 2000대 선을 넘으며 뒤를 이었다. 저렴한 엔트리 모델인 e-208은 235대 판매에 그쳤다. 싼 차와 비싼 차 사이에서 선전하는 브랜드가 볼보 정도로 볼 수 있겠다.
큰 차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최근 미국 브랜드에서는 풀사이즈 및 픽업트럭을 강점으로 여기며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특히 최근 5년 내 변화가 컸는데, 포드의 익스페디션, 쉐보레 타호 두 종의 풀사이즈 SUV가 추가됐으며, GMC 브랜드와 풀사이즈 픽업트럭 시에라, 그리고 지프 브랜드를 겨냥한 포드의 브롱코 오프로더와 레인저 픽업 모델이 새롭게 출시를 알렸다.
이전에는 수입 풀사이즈 SUV라고 하면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밖에 없었으며, 픽업이라고는 쉐보레 콜로라도밖에 없었기에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온 셈이다. 미국 차들의 다음 스텝은 이들 대형·초대형 SUV들이나 픽업트럭에 전동화를 이루는 것이다. 쉐보레 이쿼녹스 전기차, 허머 전기차, 스텔란티스 산하 미국 브랜드의 전기차를 기대해볼 수 있는 이유다.
큰 차로 공략하는 미국 브랜드와 달리 유럽차 브랜드들은 실리와 럭셔리 사이에서 경쟁을 하고 있다. 현지화를 크게 이루거나 아주 호화스러운 차들로 고객들을 이끄는 방식이다. 전자의 경우는 최근 공개된 폴스타 2 페이스리프트 모델, 볼보의 EX30 등의 콤팩트 저가형 모델들을 실리에 따져 내놓는 것이며, 후자는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혹은 벤틀리나 포르쉐 등의 브랜드의 실적이 고공 행진을 하는 이유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국산차에서는 하이브리드 바람이 불었다. 브랜드 인기 차종인 현대 싼타페나 투싼, 그랜저와 아반떼, 그리고 기아의 스포티지나 쏘렌토, 혹은 카니발에서 모두 하이브리드 모델을 라인업에 추가했다. 찻값이 소폭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차종에서 하이브리드가 가솔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높은 판매량을 나타나고 있다. 의외로 전기차는 아직 2%대 점유율을 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