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즈 이정태 기자] 넓은 도로, 저렴한 휘발유 가격, 그리고 거대한 SUV와 픽업트럭... 미국의 전기차 저변 확대를 막는 주요 이유다. 미국은 자동차 문화가 발달한 나라로, 전기차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미국에서 전기차는 아직 대중화되지 못한 상태다.
다음은 자동차 전문 사이트 Motor1이 23일(현지시간) 밝힌 미국에서 전기차가 인기 없는 이유이다.
큰 차를 선호 하는 문화
미국은 넓은 국토 면적과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다. 도시 외곽의 광활한 시골 지역은 넓은 공간과 강력한 힘을 가진 차량을 필요로 한다.
휴가철에는 자동차로 장거리 여행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넓은 공간과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하는 SUV와 픽업트럭은 장거리 운전에 적합하다. SUV와 픽업트럭은 짐을 실을 수 있는 공간이 넓어 가족 여행, 캠핑, 스포츠 활동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또, DIY(스스로 직접 만들기) 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는 픽업트럭을 이용하여 건축 자재나 도구를 운반하는 경우가 많다.
저렴한 휘발유 가격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이며, 셰일 가스 생산량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에서는 2024년 2월 휘발유 1갤런의 평균 가격이 7.50달러였던 반면, 미국은 3.49달러에 불과했다.
저렴한 연료는 전기차로의 전환을 늦춘다. 전기차는 초기 구매 비용이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차량보다 높다.
또 미국은 넓은 국토 면적과 낮은 인구 밀도로 인해 전국적인 충전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전기차 운행의 편리성을 떨어뜨리고 소비자들의 선택 의지를 약화시킨다.
전기차 생산 원자재 부족
전기차 생산에는 배터리 제작에 필수적인 리튬, 코발트, 니켈 등의 핵심 원자재가 필요하다. 미국은 이러한 원자재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최근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2023년 리튬 가격은 전년 대비 4배 이상 상승했다. 일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생산량 감소 또는 일시적인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 이는 전기차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정부 정책의 양면성
미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감소법(IRA)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 세금 공제, 충전 인프라 확충 투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또 친환경 자동차 규제 강화로 자동차 제조업체의 전기차 생산 비율을 높이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이런 전기차 친화적 정책과 동시에 중국과 경쟁 심화로 인해 정치적 논쟁이 뜨겁다. 2023년 미국 의회는 IRA를 통과시켰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중국에 대한 경쟁 우려를 표하며 이에 반대했다. 일부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IRA의 복잡한 규정과 조건 때문에 투자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
이런 정책적 불확실성은 전기차에 대한 기업의 투자 위축과 소비자의 구매 망설임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