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모터즈 이정태 기자] 일본은 평균 이상의 소득, 탄탄한 자동차 산업, 높은 신차 구매율, 신기술을 포용하는 문화 등 전기자동차(EV)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한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지난해 일본에서 판매된 신차 중 전기차는 1.8%에 불과했다.
지난주 블룸버그 그린(Bloomberg Green)은 일본이 전기차 보급이 가장 뒤쳐진 국가라고 밝혔다. 일본은 왜 전기차 보급이 늦어졌는지 이유를 알아본다.
전기차보다 수소차, 잘못된 판단
세계 최대의 EV 제조업체 테슬라는 일본의 ‘거부감’에 주목했다. 지난 1월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일본의 ‘인식 부족’을 비난했습니다.
머스크는 1월 실적발표에서 “우리의 일본시장 점유율은 현저히 낮다”면서, “일본은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고, 적어도 우리는 메르세데스나 BMW 같은 다른 일본 외 자동차 제조업체와 비슷한 시장 점유율을 가져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의 EV 채택이 느린 이유는 10년 전 도쿄 기술 관료와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가 수소 연료 전지 기술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조업체인 토요타 자동차(Toyota Moto)는 그 이후 자주 EV 회의론자가 됐고, 전 세계적으로 이를 홍보하는 로비 활동을 벌였다.
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NEF) 분석가 코리 캔터(Corey Cantor)는 “연료 전지 혁명을 주도하려는 일본의 꿈은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며, 이제는 자동차 변혁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말했다. 캔터는 “그들(일본)은 지금 뒤쳐져 있으며 이는 큰 위험이다. 바로 BYD와 다른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가 전기차를 앞세워 두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일본 자동차 구매자들은 미국인이 선호하는 대형 장거리 가족용 차량보다 케이카(Keicar)로 알려진 660cc 이하의 배기량를 가진 소형 자동차를 선호한다. 테슬라가 미국 EV 판매의 절반을 차지하는 반면, 일본 EV 시장의 절반은 소형 닛산 사크라(Sakura)가 차지하고 있다. 사쿠라의 가격은 정부 보조금을 제외하면 약 200만엔(한화 1800만원)이며, 주행거리는 약 180km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는 이런 소형 EV로 큰 수익을 내기 힘들다. 또 전기차 소비자들도 가스 절약, 소음 감소, 성능 향상 등 얻을 수 있는 이점이 그다지 명확하지 않다.
EV 산업 발목을 잡는 충전 인프라 부족
도쿄 EV 인프라 제공업체인 인체인지의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에는 현재 3만 개의 충전 커넥터만 존재한다. 이는 EV 4000대당 1개에 해당하는 수치로, 미국이나 유럽의 6분의 1 미만 수준이다.
충전 인프라 부족은 일본 EV 산업 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충전소 부족은 EV 소비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EV 구매를 망설이게 만드는 주요 요인이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충전기 수를 현재의 10배인 30만 개까지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EV 보급 확대를 위해 필수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간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투자가 있어야 충분한 충전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