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픽업트럭은 다양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소형차만큼 저렴한 보급형 모델부터 최고급 럭셔리 급으로 인정받는 비싼 녀석도 있다. 이번에 시승한 차는 신형 쉐보레 콜로라도다. 기존과는 달리 엔트리급이 아니라 하이엔드급 트림 모델이 수입된다. 체감하는 가격 인상폭은 3000만원 정도다.
정확하게는 3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모양도 크게 달라졌고 이미지도 크게 달라졌다. 우선 디자인에서 본다면 쉐보레의 최신 패밀리룩이 적용된 것을 단박에 알아볼 수 있다. 헤드램프와 그릴부가 포함된 앞모습은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나 트레일블레이저와 똑 닮아 있다. 이쿼녹스 등 새로 나오는 모든 쉐보레 모델이 이런 패턴의 디자인을 갖게 된다. 전반적으로는 꽤 날렵한 인상을 주지만 미래형이라기보다 클래식한 분위기들 더 풍기는 디자인이다.
차체 크기는 픽업트럭으로서 충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장은 5413mm, 전폭은 2048mm로 대형 SUV와 견줄 만하다. 휠베이스는 3337mm로 확장돼 실내 공간을 더욱 넓게 확보했다. 지상고는 211mm로 이전 모델 대비 높아져 오프로드 주행에서도 강점을 보인다. 차체가 커지긴 했지만 실제로 보기엔 더 작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다. 그동안 풀사이즈 픽업 트럭의 시장 진입이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다.
실내는 기존의 단순함에서 벗어나 세련미와 실용성을 겸비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11.3인치 대형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다. 차체가 고급스럽고 첨단의 느낌을 담았다고 생각들게 만드는 요인다. 실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탑재됐다. 또한,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 운전자는 차량의 모든 정보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시트는 고급 가죽으로 마감됐다. 편안한 착좌감을 제공한다. 운전석과 동승석에는 전동 조절 기능과 열선 및 통풍 기능이 추가돼 계절에 상관없이 쾌적한 주행을 돕는다. 실내 곳곳에는 알루미늄 트림과 소프트 터치 마감재가 적용돼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뒷좌석도 기존 모델보다 공간이 넓어졌다. 여유로운 레그룸 덕분에 성인 3명도 편안하게 탑승할 수 있다. 시트 아래 수납공간이 있어 실용성을 더했다.
신형 콜로라도는 기존의 V6 엔진 대신, 다운사이징된 2.7L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이 탑재됐다. 최고출력 314마력, 최대토크 54kg·m로, 이전 모델보다 토크가 크게 증가해 더욱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작아진 실린더 크기가 전혀 아쉽지 않은 이유다. 가속은 시원시원하고 부드럽다. 터지는 토크감이라든가 전달되는 출력의 느낌은 확실히 기존과 다르다. 최고출력이 발현되는 rpm 구간이 달라서일 것으로 추측해본다.
새로운 엔진은 오프로드 환경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4WD 시스템과 함께 트레일러 브레이크 컨트롤·오프로드 주행모드가 추가돼 험로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이론적으로 말이다. 8단 자동 변속기는 부드러운 변속감을 제공하며, 연비 효율성도 개선됐다. 포드 레인저의 10단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이 있지만 제원상으로는 상대가 된다. 복합 연비는 10km/L 내외다. 픽업트럭치고는 준수한 편이다. 마지막으로 승객의 객실 주거성은 떨어질지언정 화물 적재에, 그리고 아웃도어 활동에 활용도가 매우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저기 숨은 기능들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다.
신형 쉐보레 콜로라도는 디자인과 성능, 실내 구성 등에서 확연한 변화를 보여준다. 슬림하고 세련된 외관은 기존의 터프한 이미지를 조금 덜어냈지만, 강력한 엔진과 업그레이드된 오프로드 기능은 여전히 픽업트럭 본연의 매력을 유지한다. 실내에서의 고급스러운 변화는 단순히 상업용 차량을 넘어 패밀리카로서의 가능성도 열어준다. 콜로라도는 겉은 세련되지만 속은 여전히 터프하고 강력한 본성을 유지한 픽업트럭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