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브랜드는 말 그대로 독일의 국민차로 잘 알려져 있다. 국민차는 자고로 대중성이 짙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격 부담이 없어야 한다는 조건도 붙는다. 하지만, 폭스바겐 브랜드 라인업에서 투아렉만큼은 분명 프리미엄을 표방하고 있다. 가격은 일단 1억원이 넘는다. 그리고 그만큼의 상품성을 갖췄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기도 하다. 쉽게 말하자면 폭스바겐의 모든 기술력과 노력을 응집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6일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 투아렉의 3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하고 본격적인 국내 판매 시작을 알렸다.
폭스바겐 투아렉은 지난 2002년 1세대 탄생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번의 세대 변경을 3번의 페이스리프트를 이뤘다. 그동안 항공기를 견인하는 강하고 튼튼한 차로 명성을 얻었고 파익스 피크 힐 클라임 디젤 부문 신기록, 타카르 랠리 등에서 최초 디젤 차량 우승이라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다. 모터스포츠에서는 가히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다.
한편으로 애초부터 폭스바겐의 디젤 엔진의 명성은 투아렉에서부터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투아렉 1세대 모델은 폭스바겐그룹이 이끄는 아우디, 포르쉐 등과 같은 프리미엄 브랜드와 함께 주요한 부품, 핵심 기술력을 공유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모델이 아우디 Q7과 포르쉐 카이엔 등이다. 플랫폼, 디젤 엔진 역시 여기 포함된다.
1세대 투아렉은 V10 5.0ℓ 디젤 엔진이 핵심이었다. 최고출력 313마력에 최대토크는 76.5kg·m를 발휘했다. 터보차저, 슈퍼차저 등으로 다운사이징을 거친 엔진들과 견주어도 전혀 부족함이 없던 모델이다. 게다가 당시에는 450마력을 내뿜는 W12 6.0 가솔린 엔진이 탑재된 모델도 500대 한정판으로 판매됐는데, 해당 W12 엔진은 곧 벤틀리 컨티넨탈 GT에 도입, 벤틀리의 대표 엔진이 되기도 한다.
2세대 모델은 V8 4.2ℓ 터보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삼는다. 최고출력은 340마력을 냈는데, 터보를 달면서 실린더 개수를 줄였지만, 개별 챔버의 배기량은 늘렸다. 결과는 이전 엔진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 것. 2.4톤의 무게에도 불구하고 제로백이 5.8초를 끊을 정도였다. 물론 가솔린 모델도 있었지만, 워낙에 디젤의 효용성과 퍼포먼스가 강력해 비교적 인기를 덜한 것도 사실이다.
디젤게이트 이후 탄생한 것이 3세대 모델이다. 부품을 공유하는 모델들은 더 다양해진다. 아우디 Q7, Q8, 포르쉐 카이엔, 벤틀리 벤테이가, 심지어 람보르기니 우루스까지 모두 투아렉과 같은 MLB evo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다. 여기에 변속기를 달리하거나 엔진의 출력 조절을 통해 차별화를 둔 것이다.
이번에 페이스리프트로 찾아온 투아렉은 지난 2018년 시장에 출시된 3세대 모델이다. 세대 변경급의 변화를 거쳤다. 엔진은 한 번 더 다운사이징한 EA897 evo, V6 3.0 TDI 디젤 엔진을 탑재했다. 환경규제에 따른 선택이기는 하나 퍼포먼스에 손해를 보지 않겠다는 의지가 녹아 들어갔다.
게다가 상품성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장비에도 많은 신경을 썼다. 신형 투아렉은 15인치 메인 디스플레이와 최첨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12인치 디지털 계기판, 프리미엄 오디오 사운드, 소프트 클로징 도어 시스템 등 최신 편의 사양을 비롯해 전 모델 에어 서스펜션 적용, 업그레이드된 인터렉티브 LED 헤드램프, 후륜조향 시스템 등의 기술 사양도 향상됐다.
전기차 캐즘이 찾아온 만큼 제조사들도 다른 대안을 살펴보고 있는 분위기인데, 투아렉을 통해 어느 정도 디젤 엔진의 부흥을 다시 한번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일부 의견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