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터카 업계에서 오랫동안 왕좌로 군림해 온 롯데렌탈(대표 김현수·사진)이 격변기를 맞았다.
렌터카 업계 1위인 롯데렌탈은 올해 초 전 세계를 뒤흔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불러온 롯데그룹 계열사 동반 실적 부진 속에 2·3위 업체의 맹추격으로부터 힘겨운 방어전을 치르고 있기 때문이다.
◇ 인수합병으로 탄생한 롯데렌탈, 족보가 복잡
롯데렌탈은 종합 렌탈 회사를 표방한다. 생활가전부터 산업·사무용 기기까지 각종 대여 사업을 폭넓게 다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자동차 사업 비중이 크다. 롯데렌탈은 핵심 브랜드 롯데렌터카와 롯데오토옥션(중고차 경매)을 운영하며 자회사로 롯데오토리스(리스 금융), 롯데오토케어(부품 도·소매, 정비), 그린카(차량 공유)를 두고 있다.
사업 비중을 보면 렌터카가 압도적으로 크다. 가전과 사무기기 등 일반렌탈 사업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 이내로 적은 편이다. 이에 비해 올해 1분기 기준 롯데렌탈 매출 비중은 렌터카가 65.4%, 중고차가 24.7%, 일반렌탈이 9.9%다.
롯데렌탈은 2015년 롯데그룹에 편입되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만큼 역사가 복잡하다.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금호아시아나그룹·KT와 얽혔다. 뿌리는 KT(옛 한국통신)와 공유하고 줄기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겹친다. 롯데렌탈은 롯데그룹 인수합병으로 탄생했다.
출발은 정보통신기기 대여 사업이다. 1986년 5월 한국통신진흥(주)이 설립돼 이듬해 12월 정보통신기기 대여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통신진흥은 1999년 렌탈사업부를 분할해 (주)센텔을 출범하고 2003년 KT렌탈로 이름을 바꾼다. 2004년 렌터카 사업을 시작한 KT렌탈은 2010년 금호렌터카를 인수했다.
롯데렌탈의 렌터카 왕좌 등극에는 금호렌터카가 밑거름이 됐다. 금호렌터카는 1990년 당시 금호그룹(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세계 최대 렌터카 회사 미국 '허츠'와 제휴하면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했다. 그러나 금호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후폭풍에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겹치며 알짜 회사 금호렌터카를 KT에 넘겨주게 된다.
롯데렌탈이 운영하는 롯데렌터카는 과거 금호렌터카 시절부터 업계 1위를 지켜왔다. 전국자동차대여사업조합연합회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렌터카 인가 대수 기준 롯데렌터카는 22만 7214대 물량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22.9%를 차지했다. 이에 힘입어 롯데렌터카는 현재 전국에 220개 지점과 영업소를 운영 중이고 태국과 베트남에도 진출했다.
◇롯데렌터카, 2위 맹추격에 그룹 실적 악화로 ‘긴장’
롯데렌터카는 최근 거센 도전에 직면했다. 2위 SK렌터카가 맹추격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월 업계 4위 AJ렌터카를 인수한 SK렌터카는 6월 말 20만 7931대, 점유율 21.0%로 롯데렌터카 턱 밑까지 쫓아왔다. AJ렌터카와 SK렌터카가 통합 법인을 출범한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롯데렌터카는 점유율 23.4%로 2위 SK네트웍스(11.7%), 3위 현대캐피탈(10.9%), 4위 AJ렌터카(9.0%)를 크게 앞섰다.
1·2위 격차가 1.9%포인트대로 좁혀진 지난 8월 협력 관계였던 KT가 본사 업무용 장기렌터카 6000여 대를 현대캐피탈로 갈아탄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렌터카는 이후 KT 계열사들이 운용하는 장기렌터카 5500여 대에 대한 경쟁 입찰에서 승리하며 절반은 방어에 성공했다. KT는 본사와 그룹사를 포함해 장기렌터카 1만 1500여 대를 사용하는 업계 '큰 손'이다.
롯데렌터카가 1만 대 넘는 KT 장기렌터카를 현대캐피탈에 내줬다면 1위 자리를 더는 장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물량 절반은 확보한 데다 현대캐피탈이 가져간 6000여 대도 5년 동안 점진적으로 넘어가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롯데렌탈은 자체 보유한 정비회사 롯데오토케어와 연계한 서비스를 강점으로 내세워 적극적으로 수성에 나선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롯데그룹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한 점은 롯데렌탈도 긴장하는 대목이다. 신용평가사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롯데그룹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과 호텔롯데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오프라인 중심 소매 유통과 관광·레저 업종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매출 8조 1226억 원, 영업이익 535억 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8.8%, 영업이익은 무려 82%나 감소했다. 유통업 중심이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흐름인 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Untact·언택트) 문화 확산이 이를 가속화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호텔롯데는 상반기 3230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