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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전기차(EV)가 안 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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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전기차(EV)가 안 팔린다

독일 -36.8%, 스웨덴 -15%, 스위스 -19% 등 EV 판매 급감
정부 보조금 축소, 경제 불안,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가 원인
BMW, 벤츠, 아우디 등 “전기차→다시 내연기관으로” 전략 수정

이정태 기자

기사입력 : 2024-08-07 09:12

유럽의 전기자동차(EV) 시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카스쿠프에 따르면, 독일 -36.8%, 스웨덴 -15%, 스위스 -19% 등 유럽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때 유럽은 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이끌었지만, 정부 보조금 축소, 경제 불안,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변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며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있다.

특히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스웨덴과 스위스가 뜻밖의 판매 감소를 보이며 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 두 국가의 전기차 시장 둔화는 단순한 현상이 아닌,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의 변화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독일, 전기차 판매 급감의 중심에 서다


독일의 7월 순수 전기자동차(NEV) 판매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7%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12월 EV 인센티브를 삭감한 이후 가장 큰 하락으로, 자동차 제조업체와 공급업체는 전기화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우려하게 됐다.

독일 연방자동차운송청이 공유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번 7월 신규 승용차 등록은 총 23만8263대(-2.1%)였다. 이 수치에는 가솔린 차량 8만3405대(+0.1%), HEV/PHEV 7만9870대(+18.4%), 디젤 차량 4만3107 대(+1.4%), EV 3만762대(-36.8%), LPG 차량 1078대(+8.8%), CNG 차량 3대(-98.6%)가 포함돼 있다.

스웨덴과 스위스도 예외는 아니다


유럽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도했던 스웨덴도 전기차 판매가 15% 감소하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무공해 차량에 대한 수요가 높았던 스위스 역시 전기차 판매가 19%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스웨덴은 테슬라를 비롯한 다수의 전기차 제조사들이 진출하며 유럽 전기차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정부의 강력한 친환경 정책과 높은 환경 의식을 가진 국민들이 전기차 보급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성장세를 이어왔다. 판매 감소는 독일과 마찬가지로 정부 보조금 축소, 높아진 에너지 가격, 그리고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스위스는 세계적으로 환경 의식이 높은 국가 중 하나이며, 무공해 차량에 대한 수요가 매우 높았다. 그러나 스위스 역시 전기차 판매가 19% 감소하며 성장세가 둔화됐다. 이는 독일과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정부 보조금 축소 등의 영향을 받았다. 또, 스위스의 특성상 좁은 도로와 험한 지형으로 인해 SUV와 같은 내연기관 차량의 선호도가 여전히 높은 것도 한 원인으로 분석된다.

자동차 업계, “다시 내연기관으로” 전략 수정


전기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그동안 전기차 전환에 집중해왔던 유럽 자동차 업계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특히 폭스바겐뿐만 아니라 BMW를 비롯한 다수의 완성차 업체들이 생산 계획을 조정하고,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자동차 생산을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BMW는 전기차 iX와 i4를 출시하며 전동화에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판매 부진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다. 또한, 수익성이 높은 고성능 M 시리즈의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지속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전기차 EQ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라 생산 계획을 재검토했다. 특히, 고급 세단과 SUV 중심의 내연기관 모델 생산을 유지하며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

아우디는 전기차 e-tron 시리즈를 출시했지만, 판매 부진으로 인해 생산 라인 가동률을 조절중이다. 또한, 고성능 S 모델과 RS 모델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모델의 생산을 지속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전기차 시장이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시장이 다시 성장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제시되고 있다. 정부의 지속적인 지원, 충전 인프라 확충, 그리고 새로운 배터리 기술 개발 등이 전기차 시장의 재도약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이정태 글로벌모터즈 기자 jtlee@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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