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최근 목적기반 자동차(PBV) 모델을 내세워 일본 시장 공략을 공식화했다. 그러나 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진 현지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싸움이 불가피하다. 이는 일본 현지의 독특한 자동차 관련 법규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일본의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은 전기차(EV)와 상용차 분야에서도 강력한 모델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와는 달리 현지인들의 취향과 환경 등을 미리 공략한다면 승산은 있다고 본다. 기아의 PBV가 이들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여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로드 게임을 떠나는 기아가 주의 깊게 봐야 할 홈구장 모델들을 나름대로 살펴봤다.
다이하츠 하이젯 EV
일본 경형 상용차(K-카) 시장을 대표하는 다이하츠 하이젯의 EV 버전은 도심 내 물류와 배달 서비스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소형 전기 모터로 좁은 골목을 쉽게 주행할 수 있으며, 다이하츠의 높은 시장 점유율을 바탕으로 기아의 PBV와 직접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스즈키 EVery
소형차의 강자로 알려진 스즈키는 전기차 시장에서도 주요한 모델인 에브리(EVery)를 선보였다. 경제성과 실용성 모두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도심 내 자영업자나 유통업체들이 많이 사용하는 경차형 상용 EV로 자리 잡고 있다. 넓은 실내 공간과 높은 연비를 갖춘 다목적 상용차로, 우리에게는 다마스의 조상격으로 알려져 있는 차다. 다이하츠의 웨이크 EV도 엠블럼만 다르지 같은 디자인을 하고 있다. 이들의 탄탄한 시장 기반, 브랜드 간의 끈끈한 관계는 기아에 또 하나의 도전 과제가 될 것이다.
토요타 픽시스 EV
토요타 픽시스는 다이하츠와의 협력으로 제작된 경형 상용차 시리즈로, 전기차 버전이 현재 개발 중이다. 기존 내연기관 모델로도 주목받았던 픽시스는 전기차로의 전환 이후 기아의 PBV와 직접적인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닛산 e-NV200
닛산의 e-NV200은 이미 상용 전기차 시장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는 전기 밴이다. 전형적인 일본 밴들과는 달리 르노의 영향을 받아 캉구의 디자인과도 닮아 있다. 주로 물류와 배달업체들이 활용하며, 향후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될 예정이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기아 PBV가 경제성과 주행거리 면에서 e-NV200을 넘어설 수 있을지가 주요 관심사다.
미쓰비시 미니캡 MiEV
도심형 소형 상용차로 잘 알려진 미쓰비시 미니캡 MiEV는 전기차로서의 뛰어난 연비와 기동성을 자랑한다. 물류 서비스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설계된 이 차량 역시 기아의 PBV와 시장에서 직접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혼다 N-Van EV
혼다는 소형 상용차 N-Van의 전기차 버전을 곧 출시할 예정이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타깃으로 한 이 차량은 다양한 커스터마이징 옵션을 제공하여, 기아 PBV와 비슷한 고객층을 겨냥한 전략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아가 일본 시장에서 PBV를 성공적으로 판매하려면 이들 일본 현지 브랜드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기술력, 경제성, 현지화 전략을 모두 고려한 종합적인 접근이 필수적일 것인데, 일본 특유의 귀엽고 깜찍한 요소들에 더해 실용성을 갖춘 설계에도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인다.